치과 폭발물 테러 70대…"보철 치료 후 아픈데 공감 안해줬다"

부탄가스 4개와 휘발유 넣은 세제통 엮어 폭발물 제조
'인명피해 목적' 아닌 '분풀이'로 범행…구속영장 신청

광주 상무지구 한 치과에 폭발물을 투척한 70대 남성이 23일 광주 서부경찰서 진술실에 들어가고 있다. 2024.8.23/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내 고통을 너무 쉽게 말했다."

대낮 치과에 폭발물 테러를 한 70대 남성의 범행 사유가 확인됐다.

23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를 받는 A 씨(78)로부터 '보철물(크라운)을 치아에 씌우는 치료를 받던 중 염증이 생겼는데 병원에서 이를 제대로 공감해주지 못해 화가 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A 씨는 전날 오후 1시 7분쯤 광주 서구 치평동에 위치한 상가 건물 3층 치과병원 출입문에서 직접 만든 폭발물을 이용해 불을 낸 혐의다.

지난달부터 총 5차례 내원하며 해당 병원에서 크라운 치료를 받았던 A 씨는 이달 중순 진료 부위에 염증이 생겼다고 호소했다.

병원 측에 수차례 고통과 통증을 알렸으나 의료진이 '재시술'이나 '환불'을 권유하며 제대로 사과는 하지 않자 "자신의 아픔을 공감해주지 않고 쉽게 이야기한다"며 불만을 품고 범행을 계획했다.

그는 범행 며칠 전 자신의 주거지인 광산구의 한 마트에서 부탄가스 4개를 구매해 폭발물 제조를 준비했다.

범행 당일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매한 뒤 부탄가스들 사이에 기름이 든 세제통을 두고 절연 테이프를 이용해 감아서 폭발물을 만들었다.

소주를 1병 마신 뒤 집에서 만든 폭발물을 택배상자 안에 넣은 채 병원으로 택시를 이용해 이동, 병원 입구에 두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도주했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그는 대뜸 자수를 하기 위해 동선을 바꿔 광주 광산경찰서 인근으로 향했다.

경찰서 인근 식당을 찾아 또다시 소주를 2병 마신 A 씨는 범행 약 2시간 뒤 직접 경찰서 입구까지 걸어와 범행을 시인하고 '병원 진료에 대한 불만'을 주장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의료진에 대한 '살인 의도'나 '인명피해'를 낼 목적으로 범행한 것은 아니다"며 "단순히 병원에 피해를 주기 위해 분풀이 목적으로 이같은 짓을 저질렀다. 범행을 전부 인정하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한편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날 오후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