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살 햇볕에 아스팔트 열기…거리청소 나선 아침부터 땀범벅

폭염 속 40대 환경미화원 A씨의 하루…"올여름이 가장 힘들어요"

환경미화원 40대 A 씨. /뉴스1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이런 적이 없었는데…아침부터 사우나 더위가 이어지니 가장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광주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40대 A 씨. 14일 오후 만난 그는 "올여름 작업이 지난 10년 중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예년과 달리 오전 7시 30분만 넘겨도 도로에서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가 올라와 더위와 전쟁이 시작된다. 새벽 6시에 출근해 1시간 30분이 채 되지 않아 옷이 땀으로 다 젖어버린다.

올해는 무더위와 함께 밤부터 오전 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광주의 열대야 누적일수는 지난 13일 기준 26일에 달한다. 지난해 여름(6~8월) 누적 일수인 14일에 비해 2배에 가깝다.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2배를 훌쩍 넘길 수도 있다.

A 씨는 "10년을 일하면서 어느 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아침 더위다. 마치 사우나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며 "일찍부터 더워버리니 하루를 시작하자마자 지치는 기분이 든다"고 토로했다.

A 씨는 출근하면 얼음생수를 지급받지만 올해부턴 집에서 여분의 얼음생수를 추가로 챙겨나온다. 마시는 것 외에도 모자 속 열기를 식히거나 체온을 낮추기 위한 용도다.

안전을 위해 모자와 조끼, 장갑, 마스크 등을 착용하다보니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막히는 등 체감하는 더위가 더욱 심해진다.

효자노릇을 하는 휴대용 목선풍기와 식염 포도당도 필수다. 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혀주고 탈수 증상을 막아줘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작업복도 땀을 잘 흡수하거나 '쿨링'이라고 적힌 시원한 소재로만 마련하고 있다.

그는 "입추와 말복이 지나 아침에는 비교적 선선한 바람이 불겠다 싶었지만 예상을 벗어났다"며 "여러모로 가장 힘든 긴 여름을 보내고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지열로 인한 아지랑이. 2024.8.12/뉴스1 ⓒ News1

1차 작업 후 오전 8~9시 무렵 아침식사를 하고 재차 작업에 들어갈 땐 마음의 각오도 다지고 시작한다.

오전 10시만 돼도 체감온도는 35도를 웃돌고 불화살 같은 햇빛 아래서 한발짝 나아가는 게 힘겨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잠시 그늘을 찾아 횡단보도에 있는 그늘막에서 숨을 고르기도 하지만 가끔 '일을 안 하고 여기서 뭐하냐'는 민원 탓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덥더라도 서둘러 작업을 마치고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공원의 정자나 골목에서 휴식을 취하는 게 마음 편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옷이 온통 땀으로 젖는 탓에 점심 전에는 미리 준비해둔 여벌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줄줄 쏟아지는 땀으로 인해 작업을 마칠 때마다 마스크를 바꿔쓰기도 한다.

한 달 가까이 폭염특보가 이어지면서 사실상 오후 작업은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다.

가끔 오후 작업을 할 때면 주위 동료와 안부 전화를 하는 습관도 생겼다. 간혹 무더위에 열사병 전조 증상을 보이는 동료들이 있어 하나같이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기면서다.

그는 "체력적으로 부담이 커져 올해는 피로회복 영양제를 추가로 챙겨먹는 등 발버둥을 치고 있다"며 "오후 작업 중단과 목 선풍기 등 지원책이 있어 그나마 버티고 있다. 어서 여름이 끝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