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소매인 허가' 위한 농협의 꼼수…맞장구 친 지자체

담양농협 소유 건물에 편의점 입주 예정
기존 업소와 '50m' 규정 맞추려 펜스 설치

전남 담양농협 담빛점이 지난달 29일 건물 진입로에 펜스를 설치했다. 다음날인 30일 담양군청은 담빛점 1층에 입점 예정인 사업자의 담배소매인 허가를 내줬다.2024.8.6./뉴스1 ⓒ News1 서충섭 기자

(담양=뉴스1) 서충섭 기자 = 소유한 건물에 입주하는 편의점의 담배소매인 허가를 위한 한 단위농협의 꼼수가 눈총을 사고 있다. 농협과 약속이나 한 듯 곧바로 담배소매인 허가를 내준 지자체 역시 입살에 올랐다.

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 담양농협 담빛문화지점은 지난달 29일 1층 측면 진입로를 가로막는 철제 펜스를 2개소에 설치했다.

펜스는 농협 건물에서 20m 떨어진 인근 CU편의점으로 향하는 통행로를 막는 형태로 설치됐다.

담양군은 다음날인 30일 농협 담빛문화지점 1층에 입점 예정인 편의점 사업자에게 담배소매인 인허가를 내줬다. 해당 사업자는 담양농협 담빛점과 임대계약을 맺고 이마트24 편의점을 개점할 예정이다.

문제는 농협이 입점 예정인 편의점에 담배소매인 허가를 받아주기 위해 꼼수로 펜스를 설치했다는 점이다.

농협 담빛점 인근 20m 내에는 한 달 앞서 개점한 CU편의점이 있고 이곳은 이미 담배소매인 허가를 받은 상황이다.

때문에 추가로 담배영업장인 편의점을 개점하려면 기존 업소에서 50m 이상 떨어져야 한다.

'담양군 담배소매인 지정 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영업소간 거리는 50m 이상 유지하고, 이는 보행자의 통행로를 따라 최단거리로 측정하도록 돼 있다.

전남 담양농협이 지난 7월 29일 담배소매인 인허가를 앞두고 인근 진출입로에 철제 펜스를 설치했다. 펜스가 없던 기존에는 인근 편의점과의 거리가 20m에 불과해 담배소매인 인허가를 받을 수 없었다.2024.8.6./뉴스1 ⓒ News1 서충섭 기자

농협은 '보행자의 통행로를 따라 최단거리로 측정한다'는 규정을 교묘하게 악용했다.

자신들이 소유한 건물에 입주한 편의점 사업자를 위해 그동안 농협을 찾는 고객들의 진출입로를 펜스로 막는 꼼수를 부렸고, 이를 통해 담배소매인 허가를 위한 '50m 이상' 조건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담배소매인 허가권을 쥐고 있는 담양군의 행태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담양군은 농협이 펜스를 설치하고 '50m 이상' 규정을 지키게 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다음날 허가를 내줬다.

게다가 농협측 사업자가 이미 폐업한 '하나로마트 담빛문화지점' 명칭으로 담배소매인 허가를 신청했는데도 담양군은 이를 허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담빛농협의 하나로마트는 6월 26일 폐점했다.

농협측 매장 내부에는 편의점 관련 간판이나 집기도 없는 상황에서 기존 매장 명칭으로 허가가 난 것이다.

이에 대해 담양군 관계자는 "인접 편의점과 거리가 20m에 불과해, 50m 이상 떨어져야 한다고 농협측에 고지했고 이후 펜스가 생겨 통행로상 거리가 90m로 늘어났다"면서 "이어 농협측이 조속히 허가를 내달라고 요청하면서 바로 허가 절차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전남 담양 담빛마을의 편의점 개점을 두고 업체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기존 CU편의점(좌측)이 지난 6월 29일 개점한 데 이어 인근 담양농협 담빛점에 이마트24 편의점이 개점 예정이다.2024.8.8./뉴스1 ⓒ News1 서충섭 기자

이 관계자는 '담배사업 허가 관련해 상호는 관계가 없다. 상호 명칭은 향후 변경이 가능하다. 사업자가 개점 의지가 있다고 보고 허가를 내줬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농협측 매장을 위한 담양군 행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철제 펜스 하나로 '편의점 옆 편의점'이라는 출혈경쟁 구도에 놓이게 된 인근 CU편의점 업주는 '영업권 침해'를 호소했다.

CU점주는 "주변에 다른 편의점이 없는 것을 보고 1년 전부터 개점을 준비해 왔고 하나로마트가 폐점하는 것을 보고 들어왔는데 같은 자리에 농협이 편의점을 내주고 담배 판매권마저 갖춰주는 건 농협의 횡포"라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철제 펜스를 설치한 이유에 대해 농협 측은 '개인 사유지 보호'라는 이유만 들고 있다.

농협측은 "매장 손님이 아닌데 해당 통로를 이용하는 무단 침입자들을 막기 위해 설치했다"고 해명했다.

zorba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