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 계엄군 총격에 숨진 18세 여고생…추모비 44년 만에 건립
주남마을 희생자 박현숙…모교 송원여상에
5·18기념식서 박 열사 사진 오용…유족 "속상하지만 용서"
-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5·18민주화운동 당시 희생자들의 장례를 돕다 계엄군의 총에 숨진 여고생 박현숙 열사를 기리는 추모비가 44년 만에 세워졌다.
박현숙 열사 추모회는 20일 오전 광주 남구 송원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박현숙 열사 추모비' 제막식을 열었다.
제막식에는 유족과 5·18재단, 유가족협의회, 열사 추모회, 송원여고 교사, 학생회 간부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고재권 추모회 사무국장의 사회로 △국민의례 △추모영상 시청 △추모사 △기념사 △유족인사 △제막식·헌화·묵념 순으로 이뤄졌다.
1980년 당시 18세로 송원여상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박현숙 열사는 '주남마을 버스 총격' 사건으로 온몸에 7발의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박 열사는 전남도청에서 희생자들의 시신을 닦는 일을 돕던 중 부족한 관을 구하려 버스를 타고 화순으로 향하던 길에 변을 당했다.
주남마을 버스총격은 광주를 고립시키기 위해 매복해있던 계엄군이 버스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해 17명의 시민이 희생된 사건이다.
박 열사의 남동생 박대우 씨는 유족인사에서 "당시 과일을 건네면서 금방 돌아오겠다고 버스에 올랐던 누나에 생떼를 써서 말려야 하지 않았나 자책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박현숙의 죽음과 광주의 가치 광주의 정신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준화 송원여상 교장은 추모사를 통해 "박 열사의 용기와 희생이 민주와 인권과 평화의 초석이 되었음을 잊지 않겠다"며 "송원여상에 마련된 추모공간은 후배들이 일상에서 5·18을 배울 진정한 교과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 주관으로 지난 18일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박금희 열사 소개에 박현숙 열사의 사진이 잘못 사용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언니 박현옥 씨는 "관계자들이 사과를 건네와서 용서했지만 유족으로서 너무나도 속상한 일이다"며 "그래도 동생의 추모비가 44년 만에 건립돼 잠이라도 편히 잘듯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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