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이 참배한 '5·18민주화운동' 박금희·김용근·한강운 열사는?
부상자 헌혈한 여고생, 수배 제자 숨겨준 60대 교사
시민들에 시위 참여 호소하고 이송 도왔던19세 청년
-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3번째로 참석한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직후 참배한 '열사' 3명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기념식 참석 후 묘지 내의 고(故) 박금희(여) 김용근 한강운 열사 묘소를 차례로 참배했다. 박 열사는 5·18 당시 16세, 김 열사는 63세, 한 열사는 19세였다.
이들 중 이날 기념식에서 사연이 소개되기도 한 박 열사는 1980년 5월 21일 당시 이른바 '광주~화순 간 도로 봉쇄 작전'의 희생자다.
춘태여상 2학년에 재학하며 간호사를 꿈꾸고 있던 박 열사는 "피가 부족해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차량 방송을 들은 박 열사는 부상자들을 위해 시위대 측 헌혈 버스에서 헌혈에 참여했다.
그러나 당일 오후 조선대에서 주남마을로 이동하던 제11공수여단과 제7공수여단이 총격전을 벌였고, 헌혈을 마치고 귀가하던 박 열사는 소태동 버스 종점 부근에서 쏟아진 계엄군의 무차별 총격에 숨을 거뒀다.
또 전남 강진에서 태어난 김 열사는 교사 출신으로 5·18민주화운동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 수배를 받고 있던 제자 윤한봉과 정용화를 강진 자택에 숨겨줬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수배자를 숨겨준 사실이 당국에 발각된 김 열사는 상무대에 연행돼 심한 고문을 당했다. 고문 후유증을 겪던 김 열사는 5년 후인 1985년 향년 68세로 숨을 거뒀다.
김 열사는 5·18 유공자인 동시에 일제강점기 민족의식 교육활동과 총독암살단 조직 혐의 등으로 2차례 옥고를 치른 독립유공자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김용근 열사 기념사업회는 그의 가르침과 정신을 계승하고자 '석은 김용근 선생 민족 교육상'을 제정, 1995년부터 시상해 오고 있다.
한 열사는 5·18 당시 민주항쟁 시위대 차량에 탑승해 시민들에게 시위 동참을 호소하고, 시위에 참여하려는 이들을 도청으로 이송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는 1980년 5월 27일 공수부대의 움직임을 파악하려고 광주공원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중 계엄군에게 붙잡혔고, 이후 상무대에 끌려가 모진 고문과 폭행을 당했다.
한 열사는 2002년 41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3년 연속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보수 정권 대통령으로선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1980년 5월 광주의 그 뜨거운 연대가 오늘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이룬 토대가 됐다. 지금 대한민국은 광주가 흘린 피와 눈물 위에 서 있다"며 "민주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에 경의를 표하며 마음을 다해 안식을 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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