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총격 사망' 고3 여고생 박현숙 열사 추모비 건립

'주남마을 버스 총격 사건'
광주 송원여상 교정서 20일 추모비 제막식

송원여자상업고등학교 교정에 건립된 박현숙 열사 추모비.(박현숙 열사 추모회 제공)/뉴스1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꽃다운 꿈이 스러지고 아려오는 슬픔과 절망의 세월을 건너 불어오는 오월의 바람, 이제는 희망이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희생자들의 장례를 돕다 주남마을에서 계엄군의 총격에 숨진 여고생 박현숙 열사의 추모비가 44년만에 건립된다.

송원여자상업고등학교는 20일 오전 교정에서 유족과 5·18재단, 유가족협의회, 열사 추모회, 송원여고 교사, 학생회 간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박현숙 열사 추모비 제막식을 연다.

제막식은 추모 영상과 학교장, 유가족 인사말 추모비 헌화, 묵념, 기념촬영 순으로 진행한다.

1980년 당시 송원여자상업고등학교(당시 송원여자실업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박현숙 열사는 5·18민주화운동 기간 전남도청에서 시신을 닦는 일을 도왔다.

5월 21일 전남도청 앞 계엄군 집단 발포로 희생자가 크게 늘면서 관이 부족해지자 23일 관을 구하기 위해 시민들과 버스를 타고 화순으로 향했다.

광주 동구 주남마을을 지나던 중 광주를 고립시키기 위해 매복해있던 계엄군이 열사가 탄 버스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해 17명의 시민이 희생됐다.

5·18민주화운동 관련 여러 언론보도와 영화를 통해 알려진 '주남마을 버스 총격' 사건이다. 열사는 온몸에 일곱 발의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당시 열사의 나이 18세였다.

오준환 송원여상 교장은 "추모비에 '그날'을 다 담아내지는 못하겠지만 박현숙 열사 기념 공간의 존재가 우리 후배들에게는 일상에서 5·18을 배울 수 있는 진정 살아있는 교과서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며 "항상 자랑스러운 박현숙 열사의 숭고한 정신을 잊지 않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진 박현숙열사추모회장은 "열사의 희생은 5·18민주화운동이 갖고 있는 공동체정신과 대동세상의 의미를 우리 사회에 심어 준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앞으로 그 정신을 지켜가면서 상생과 희망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후대에 남겨진 과제"라고 밝혔다.

nofatejb@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