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살해하고 안마시술소 간 해경…유족 "사죄 한마디 못들어" 울분

법원, 징역 25년 선고·전자발찌 부착 명령 기각
유족 "무엇을 반성했는지 모르겠다…출소 후 두려움만"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전경. 뉴스1

(목포=뉴스1) 최성국 기자 = 화장실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술에 취해 숨진 것처럼 현장을 조작한 30대 전직 해양경찰관이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유족들은 재판부가 피고인이 저지른 범행의 중대함, 해경이란 직업이 갖는 국민 생명 보호의 의무, 범행 은폐 정황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검찰이 구형한 무기징역을 받아들이지 않고 전자발찌 부착 명령마저 기각한 것에 울분을 토했다.

광주지법 목포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태준)는 2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전직 해양경찰관 최모씨(30)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씨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기각하는 대신 5년간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출소 후 매일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주거지 밖 외출금지,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의 음주 금지 등 특별이수 명령을 내렸다.

앞서 검찰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며 최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최씨는 목포해경 소속 시보 순경 신분이었던 지난 8월15일 오전 3시20분부터 오전 5시20분 사이에 전남 목포시 하당동의 한 상가건물 화장실에서 여자친구 A씨(30)를 살해하고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결과 최씨는 교제한 지 2개월된 A씨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여자화장실에 쫓아가 폭행, 기절시킨 뒤 용변칸 안으로 옮겼다.

다시 식당으로 돌아가 음식값을 결제한 그는 아직 살아있는 피해자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최씨는 화장실에 머물렀던 약 2시간 동안 마치 피해자가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것처럼 꾸미기 위해, 피해자를 변기 옆에 앉히고 머리와 팔을 변기에 걸쳐 놓은 상태로 현장을 조작한 뒤 화장실 창문으로 빠져나갔다.

그는 다시 화장실로 돌아와 피해자의 숨이 끊긴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경찰은 같은날 오후 4시쯤 사건 현장 인근의 안마시술소에서 알몸 상태로 있던 최씨를 긴급체포했다.

최씨는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고도 당시 해경 임용 결격사유에 해당되지 않아 시보순경에 임용됐다.

최씨는 SNS에서 낯선 여성과 성관계를 하는 이른바 '초대남'에 직접 지원했고, 2021년 4차례에 걸쳐 대구 등지서 성관계·마사지 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국가와 사회가 보호해야 할 최고의 가치이고, 피고인의 범행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서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며 "피고인은 경찰, 피해자의 연인으로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본분을 망각하고 자신의 우월적인 신체적 힘을 이용해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을 조른 이후 적절한 시간 내에 구호조치가 이뤄졌다면 피해자는 충분히 소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가 겪었을 극심한 고통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시켜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게 하고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참회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계획적 범죄가 아닌 점, 재범 위험성이 중간 수준으로 평가된 점, 피고인이 30세의 나이로 선고 후 상당기간 격리되는 점 등을 고려해 보호관찰 명령을 내린다"며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기각했다.

피해자의 유족들은 "항소심에서 전자발찌 부착 명령이라도 내려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피해자의 오빠 B씨는 "동생은 영영 돌아올 수 없는데 출소 후 피고인의 나이는 55세밖에 되지 않는다. 잔혹하게 동생을 죽이고 범행 은폐까지 한 피고인이 출소하는 25년 후엔 우리 가족이 벌벌 떨며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B씨는 "재판부는 피고인의 반성을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은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을 뿐 유족들에게 사죄의 한마디조차 한 적이 없다. 재판부에 탄원서도 수차례 제출했는데 최씨가 무엇을 반성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단순히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살인 사건의 피해자와 피해자 유족들에 해당하는 상황"이라며 "현재의 양형기준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