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알바·한글 공부' 병행…당당히 '검정고시 합격'한 이주여성들

초등학생 자녀 둔 다문화가정 5명, 남구가족센터 도움 받아
머리 맞댄 공부, 초졸 합격장 받아…서로 의지하는 사이로

전 세계 세종학당의 학습자들이 574돌 한글날을 기념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한글 단어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본문과 관계 없음. (세종학당재단 제공) 2020.10.9/뉴스1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이국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잡아가는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글 공부'에 매진한 끝에 '초등학교 검정고시 합격장'을 받아 눈길을 끌고 있다.

올해 3월부터 광주남구가족센터의 '다문화엄마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5명이 그 주인공.

이들은 초등생 자녀를 두고 있는 외국여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9일 광주남구가족센터에 따르면 필리핀과 베트남, 중국에서 건너와 광주에 자리잡은 이들은 올해 3월25일 초등학교 검정고시에 도전장을 던졌다.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는 이주여성이기에 '한글'을 떼는 것이 검정고시의 첫 번째 벽이었다.

가장 막내가 31살, 맞언니는 43살인 이 수업반은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각종 가욋일을 하는 틈틈이 한글을 배워야만 했다.

이들은 남구가족센터가 지원한 태블릿PC를 활용하며 '자녀들의 미래'와 '문화적·언어적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학업에 힘을 쏟았다.

앞으로도 한국에서 커 가야할 자녀들의 안정적인 정착 생활을 생각하면 한국어가 기본 중의 기본이 돼야 한다는 마음가짐이었다.

아침잠과 밤잠을 줄여가며 인터넷 강의를 듣고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거나 궁금한 부분은 2주마다 한번씩 센터에서 열리는 전문가 강의에 참석해 해결했다. 간단한 궁금증은 서로 물어보며 해소하기도 했다.

1명의 참여자는 각종 아르바이트와 한글 공부를 도저히 병행할 수 없어 중도 포기하는 안타까운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남은 5명은 약 5개월에 걸친 노력 끝에 지난 8월10일 광주 한 중학교에서 치러진 '대한민국 초졸 검정고시'에서 당당히 합격장을 받았다.

남구가족센터는 이들이 고시 합격에 멈추지 않고 계속 한글 공부를 하거나 중졸 고시 도전에 나서는 걸 지원하기 위해 태블릿 PC를 선물했다.

한글이 만들어준 이들 다문화가정의 인연은 소풍이나 부모·자녀 한국문화체험 등으로 이어져 현재도 아이를 키울 때 어려운 부분을 공유하고, 한국 생활 정보 등을 나누며 서로 의지하는 사이가 됐다.

남구가족센터 관계자는 "다문화엄마학교 참가자들이 바쁜 일상에서도 한글 공부 등에 매진해 좋은 결과를 받아 기쁘다"며 "여러 국적을 가진 이주여성들이 한국어 배움에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남다른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도 몽골, 키르키르스탄, 캄보디아 등 12명의 이주여성이 학생으로 참가해 일부가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면서 "이들이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한국에서의 생활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