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차량 화재 광주 무진대로 방음터널도 과천 방음터널 흡사
화재 취약한 '폴리메타크릴산 메틸' 재질 사용
광주시, 전문가 긴급 안전점검…예산에 교체 지지부진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지난 18일 4중 추돌사고로 차량 화재가 발생한 광주 무진대로 방음터널은 지난해 말 경기 과천에서 45명의 사상자를 낸 방음터널과 동일한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 재질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크릴의 일종인 폴리메타크릴산 메틸은 화재에 매우 취약해 대형 화재로 이어지기 쉽다.
광주시는 20일 방음터널 안전점검 전문기관과 함께 사고지점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특별교부세를 확보해 방음터널 재질을 변경할 계획이다.
광주시와 광산소방서에 따르면 18일 오후1시14분쯤 광주 광산구 무진대로 무산방음터널에서 4중 추돌사고와 차량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차량이 많아 서행하던 이 도로에서는 운전자 A씨가 멈춰선 앞 차량을 들이받았고, 피해 차량이 또다시 앞 차량을 들이받는 식으로 4중 추돌사고 났다.
앞 차량을 받은 A씨의 차량은 방음벽을 추돌하며 엔진룸 쪽에 불이 붙었다.
사고가 난 무산방음터널은 하단 부분은 시멘트로, 상단 부분은 폴리메타크릴산 메틸 재질이 사용됐다.
폴리메타크릴산 메틸은 화재에 취약해 발화 시 기름보다 위험하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12월29일 수많은 사상자를 낸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사고와 유사하다.
당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에서는 트럭에서 화재가 발생, 곧바로 갓길에 정차했는데 불길이 바로 옆 방음벽에 옮겨 붙으면서 화재에 취약한 방음터널 전체로 확산됐다.
이 사고로 차량 4대 내부에서 5명이 사망하고 41명이 부상을 입었다.
광주 방음터널에서 발생한 사고도 하단부에 부딪힌 차량에서 방음터널 중단부까지 불길이 올랐다.
방음터널 도로는 같은날 오후 1시50분쯤 정상 통행되기 시작했고, 오후 2시20분쯤 이뤄진 1차 긴급점검에서는 중~상단부에 화재로 인한 그을임이 발견됐다.
광주시 등은 같은날 오후 8시 진행한 2차 육안 점검 결과 뒤틀림이나 추가 파손 등 특이사항이 없는 것을 확인, 안전을 고려해 이날 추가로 전문가 긴급 안전점검을 진행할 계획이다.
광주시는 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사고를 계기로 올해 1월 3~5일 지역 내 방음터널 10곳의 안전관리 실태를 긴급 점검했지만, 재질 교체 등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수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방음터널에 대한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광주지역에는 총 8곳에 방음터널이 위치해 있으며 이 가운데 이번 화재가 발생한 무산 방음터널을 포함해 광암고가차도, 제2순환도로 진월·풍암 지점 등 4곳의 방음터널이 PMMA 재질로 만들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광주시는 화재에 취약한 방음터널을 내년까지 비가연성 소재로 교체하라는 정부 공문을 받아 공사를 위한 특별교부세를 요청할 예정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유사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긴급 안전점검을 벌였지만 비가연성 소재로 교체하는 공사 비용이 적지 않다보니 특별교부세가 필요하다"며 "예산을 확보하는대로 가능한 부분부터 교체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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