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배 부서질까 불안해" 여수 국동항 어민들 '전전긍긍'
어선·선박 빽빽이 늘어서…인근 수산시장 일찌감치 문 닫아
- 김동수 기자
(여수=뉴스1) 김동수 기자 = "역대급 태풍이라고 하니 배가 부서질까 불안해서 또 나왔지…"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가운데 5일 오전 전남 여수 국동항은 마지막 선박 고정작업을 하는 어민들로 분주했다.
역대급 태풍 소식에 국동항 부두에는 어선과 대형 선박이 나란히 줄을 맞춰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어민들은 선박을 고정하고 태풍 피해 시 파손 우려를 대비해 포구에 단단히 밧줄을 동여맸다.
짙은 구름 낀 하늘에선 빗방울이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다. 금방이라도 태풍이 불어닥칠 듯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인근 수산시장은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문을 연 일부 식당가는 밖에 있는 가재도구 등을 내부로 들이고 유리문, 돌출간판 등을 점검하는 등 음식 준비보다 강풍에 대비했다.
우산을 쓰고 나온 어민들은 관측 사상 가장 센 바람이 불 것이라는 예보에 걱정과 불안이 가득한 목소리를 냈다.
10년째 배를 타고 있다는 어민 김모씨(65)는 "태풍이 올 때마다 조마조마하다"며 "너울성 파도와 바람이 가장 걱정된다. 주말에 선박 고정작업을 마무리했지만, 불안해서 또 찾게 됐다"고 말했다.
태풍 '힌남노'는 이날 밤과 6일(내일) 오전 여수와 가까운 경남 통영에 상륙할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어민 박모씨(71)는 "태풍 예보가 나오자 4일 전부터 곧바로 선박 내부와 고정 작업에 들어갔다"며 "바람이 강하게 불어 선박끼리 부딪혀 파손될 우려가 커 걱정스런 마음 뿐이다"고 말했다.
여수시도 태풍 상륙에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를 하고 있다.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비상 2단계를 발령했다.
어선 3600여 척은 항포구로 대피하도록 하고, 양식장 시설의 결박과 정전 시 비상발전기 가동 등을 조치했다.
마리나 시설 3곳, 어항과 어항시설물 705곳, 여객선과 도선 18척, 해수욕장 17곳과 해일 우려지역에 대한 사전 점검도 실시했다.
여수와 광양, 고흥 등 전남 동부지역도 항포구에 어선과 레저기구 7400여척을 피항시켰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힌남노'는 타이완 타이베이 북북동쪽 약 600㎞ 부근 해상에서 초속 51m/h, 속도 20㎞/h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 태풍은 이날 오후 제주도를 지나 6일 오전 경남 통영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 광주와 전남은 태풍 영향을 받아 최대 300㎜ 비가 내리고 최대순간풍속 40~60m/s의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보됐다.
kd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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