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공전에 일부 무죄까지…전 정권 '권력형 비리' 수사 향배는
'감사 방해' 2심서 무죄 '통계조작' 영장기각 속 혐의소명 주목
증거 기록만 5만쪽 '원전 조기폐쇄' 총력 수사에도 재판 공전
- 김종서 기자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검찰의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가 수년이 흐르도록 별다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은 2021년 8월 재판 시작 이후 약 30개월이 지나도록 1심마저 마무리하지 못하고 공전 중이다.
검찰이 수사력을 집중하고도 법정에서 혐의를 밝히는데 애를 먹는 모양새인데 피고 측 변호인은 재판 초기 검찰이 제시한 이 사건 증거기록이 무려 5만쪽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 사건 피고인으로 추가 기소된데 이어 곧 법원 인사로 재판부 변경이 예고된 점 등에서 재판이 또다시 해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이 이 사건 재판에서도 ‘비리’를 밝혀내지 못한다면 ‘정적 지우기’ 등 날선 비판에 직면함은 물론 전 정권을 향한 수사 당위성마저 잃을 수 있다는데 무게가 실린다.
◇무리한 기소였나…4년여 수사·재판 끝에 '원전 감사방해' 무죄
전 정부 탈원전 정책과 직결하는 월성원전 조기 폐쇄 관련 수사의 시발점이었던 ‘원전 감사 방해’ 사건에서 검찰은 수사부터 기소까지 4년여간의 다툼 끝에 ‘낙제점’을 받았다.
이 사건에서 원전 감사와 관련된 자료를 직접 삭제한 혐의를 받은 한 피고인은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전날 삭제하게 된 경위를 묻는 수사관 질문에 “신내림을 받은 것 같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의구심을 더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건 관련 전 정부 윗선의 지시를 받았다는 정황은 명백히 드러나지 않았고 2심에서는 혐의마저 벗은 상태다.
대전고법은 이들이 삭제한 자료가 감사원 감사와 별다른 연관이 없는 보관용일 뿐이고 감사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1심이 피고인 중 1명이 자료 삭제를 위해 산업부 사무실에 침입했다는 방실침입 혐의만 무죄 판단해 징역형을 선고한 것과 달리 항소심 법원은 삭제한 자료가 감사와 별다른 연관이 없는 보관용일 뿐이고 감사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봤다.
특히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삭제 파일을 공용전자기록으로 보기 어려운 점에 비춰 범의를 넓힐 경우 공무 보호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행위까지 처벌 대상이 될 위험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감사를 피하기 위한 공용전자기록등손상죄 등에 해당하므로 항소심 판결을 바로잡아야한다”며 상고했다.
이 사건 무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검찰이 재판 및 수사 중인 전 정부 권력형 비리 사건에 악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감사원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면서 감사원 감사로 촉발한 ‘통계조작 사건’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통계조작 사건 피의자 신병 확보 실패…'혐의 소명'은 청신호
검찰은 지난해 감사원이 수사 의뢰한 문재인 정부 ‘부동산 통계조작 사건’ 수사를 속도감있게 진행하면서 다수 참고인 조사를 토대로 증거 보강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이호승·장하성·김상조·김수현 등 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모두와 홍장표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윗선 인사들에 대한 검찰 조사가 전반적으로 이뤄진 상태다.
검찰은 이들이 한국부동산원과 통계청을 압박해 부동산 통계가 조작되도록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고있는데, 이 과정에서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진 황수경 전 통계청장과 당시 통계청 실무자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이뤄졌다.
윤성원 전 국토부 1차관과 이문기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점에서 수사 동력이 크게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으나 같은 권력형 비리 사건인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과는 양상이 다소 다르다.
앞서 대전지법은 윤 전 차관 등에 대한 검찰의 영장 청구에 대해 “수시기관에서 관련자 진술 등 다량의 증거를 확보해 추후 참고인에 대한 회유 압력 등 진술을 왜곡할 구체적인 사정이 소명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기각 사유 중 하나로 들었다.
검찰은 이를 “법원이 혐의가 소명됐음을 전제로 판단했다”고 해석하면서도 영장 기각은 납득할 수 없다며 재청구를 검토 중이다.
지난 2021년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 당시 법원은 “검찰이 현재까지 제출한 자료만으로 피의자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통계조작 사건 수사도 불구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영장 기각이 향후 수사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전 실장급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kjs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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