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와인 원조가 대전인데"…존폐기로 대전국제와인페스티벌
이장우 폐지 언급 '올해가 마지막' 전망 속 11회 행사 최대규모 열려
“시민과 괴리된 축제” vs “10여년 노하우 아깝다”…찬반 엇갈려
- 최일 기자
(대전=뉴스1) 최일 기자 = 2012년 ‘대전국제푸드&와인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시작해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대전국제와인페스티벌’이 존폐 기로에 섰다. 민선 8기 대전시정을 책임진 이장우 시장이 취임 직후 공개석상에서 구조조정 대상 1순위 축제로 와인페스티벌을 언급하며 내년을 기약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사실상 마지막일 수도 있는 올해 행사가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져 행사를 준비해 온 실무진과 관련 업계 종사자들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대전시와 대전마케팅공사는 지난 21일 ‘아시아와인트로피’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을 위한 환영 만찬을 시작으로 오는 28일까지 대전컨벤션센터 일원에서 ‘2022 대전국제와인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국제와인기구(OIV)가 승인한 세계 3대 와인 품평회 중 하나인 ‘아시아와인트로피’에는 30개국 3400여종의 와인이 출품됐고, 이 중 상위 30% 제품에 ‘대전’ 라벨이 붙어 전 세계에 유통된다. 행사 자체가 대표적인 도시마케팅 상품으로 만약 대전이 내년부터 개최권을 포기할 경우 중국과 대만, 부산, 인천 등 국내·외 도시들이 유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2020년과 지난해에는 행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역대 최대인 230개 부스 규모로 26~28일 ‘와인 전시 및 시음회’도 열린다.
공식 개막식은 26일 오후 3시 예정돼 있는데 이 시장을 대신해 이택구 행정부시장이 참석하고 각종 와인과 관련된 정보 제공을 위한 ‘아시아와인컨퍼런스’, 와인 바이어·수입사들이 참여하는 ‘와인로드쇼’, 우리나라를 대표할 소믈리에를 뽑는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 등이 행사기간 중 펼쳐진다.
하지만 시비 8억원에 국비 9800만원을 지원받아 열리는 올해 행사를 끝으로 대전국제와인페스티벌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공산이 커지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달 5일 취임 후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대전이 ‘노잼도시’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 축제는 ‘지역경제 활성화’, ‘원도심 활성화’ 정책과 연계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며 와인페스티벌을 폐지 대상으로 꼽았다.
와인페스티벌을 ‘대전과 연관 없는 축제’로 규정한 이 시장은 “축제 개최 효과가 시민 다수와 지역사회 발전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며 자신이 민선 4기 동구청장 시절 대전역 일원에서 열었던 ‘0시 축제’ 부활과 1박2일 체류형 보문산 관광 축제 신설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민선 5기 염홍철 시장 재임 시 첫발을 뗀 ‘대전국제푸드&와인페스티벌’은 민선 6기 권선택 시장, 7기 허태정 시장 때에도 폐지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대전국제와인페어’(산업전시회 성격), ‘대전국제와인페스티벌’로 명칭을 바꾸고 예산을 축소(당초 20억원이 투입됐지만 2019년 6억원, 2020년 4억5000만원으로 줄어)하며 어렵사리 존치돼 오늘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 이 시장의 한 측근은 “지역축제는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자발적인 참여 속에 열려야 하는데 와인페스티벌은 출발부터 그렇지 못했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라며 폐지 쪽에 무게를 실었다.
일각에선 대전과 와인의 연계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데, 1969년 우리나라에서 자란 포도로 만들어진 최초의 와인이 바로 대전에서 출시됐다. ㈜한국산토리가 생산한 ‘선리포트와인’이 바로 그것으로 이 회사는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전신인 농어촌개발공사가 일본 산토리와 합작해 만든 와인전문생산업체다. 한국산토리는 1968년 대전 서구 월평동에 공장을 지었고, 1969년 7월 대전 산내포도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대전마케팅공사 관계자는 “와인이 서양의 술이긴 하지만, 적어도 국내 와인의 역사를 논하고자 한다면 대전을 빼놓을 수 없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대한민국 와인의 원조가 대전”이라며 “10여년간 와인페스티벌을 개최하며 쌓은 노하우가 있는데 이대로 폐지하는 건 아쉽다. ‘아시아와인트로피’의 경우 물밑에서 유치 경쟁이 뜨겁다. 우리가 포기하는 순간 타 도시로 개최권이 넘어갈 것”이라며 신중한 검토가 이뤄져야 함을 드러냈다.
시 문화체육관광국 관계자는 “와인페스티벌 폐지에 대해 이 시장의 의지가 강하다. 그렇지만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이번 행사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구체적인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choi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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