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암에 걸렸다 4억 날릴 뻔한 피해자…대구지검에 감사편지

대구지검, 고검 청사 전경 ⓒ News1 DB
대구지검, 고검 청사 전경 ⓒ News1 DB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어려운 사건 포기하지 않고 기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달 대구지검 검사장실 앞으로 도착한 편지에는 이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미국 뉴욕에 있는 한인 목사에게 속아 4억원을 편취당한 A 씨가 곽계령 부장검사와 손경선 수사관에게 보낸 감사 편지였다.

A 씨는 편지에 "미국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조사가 힘든 상황이었는데 발 벗고 나서줘 사기범에게 합당한 처벌이 내려진 것 같다"며 "인내와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4일 대구지검에 따르면 암에 걸려 생사의 갈림길에 선 A 씨는 "기도를 통해 치료할 수 있다"는 한인 목사 말에 속아 35만달러(약 4억원)를 편취당했다.

뒤늦게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2018년 5월 한인 목사 B 씨와 B 씨의 처 C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으나, B 씨 등 2명이 모두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유로 2019년 1월 기소중지 처분이 났다.

불행 중 다행으로 B 씨 등 2명이 같은 해 8월 국내에 입국하면서 수사가 재개됐지만 미국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수사 과정에서 적지 않은 난항이 있었다고 한다.

경찰로부터 해당 사건을 송치받은 대구지검 제4형사부 소속 곽계령 검사와 손경선 수사관은 사기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야근과 밤샘을 밥 먹듯이 하면서 영문 자료와 미국 현지법 등을 일일이 확인하고 국제전화로 참고인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수사에 착수한 지 1달여 만에 검사는 B 씨 등 2명에 대한 사기 혐의를 입증해 법원에 기소했고, 법원은 "이들의 사기 사실이 넉넉하게 인정된다"며 징역 2년씩을 선고했다.

A 씨는 검찰이 입증한 형사 판결문을 가지고 미국에서 민사 소송까지 승소하면서 피해금 전액을 모두 되돌려 받을 수 있었다.

해당 사건이 모두 해결된 A 씨는 평검사에서 부장검사로 승진해 대구지검에 부임한 곽 부장검사와 손 수사관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A 씨는 "가장 어렵고 중요한 조사 단계에서 검사님과 수사관님의 우수한 헌신 덕분에 정당한 판결까지 나올 수 있게 됐다. 사회 정의를 위해 헌신하시는 두 훌륭한 인재의 노고에 진심 어린 감사를 드립니다"며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psydu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