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산불 1년...화마 지나간 신화2리 주민들 "사는게 사는게 아니다"

"장마에 태풍도 올 것인데 산사태 일어날까 큰 걱정"

지난해 3월 4일 오후 국내 최악의 산불이 발생했던 경북 울진군 북면 신화 2리 마을 회관 앞 집터에는 불에 탄 주택 수 십 채가 철거된 후 빈터로 남아있다. 울진군에 따르면 북면 두천리 인근 도로 변에서 시작된 산불로 건축물 460곳, 축사 37곳, 비닐하우스 118곳, 저온저장창고 38곳과 경운기 등 농기계 1373대, 가축 420두, 양봉 3547군, 버섯재배사 8곳, 농작물 11.5㏊로 잠정 파악돼 피해액이 1700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 왼쪽은 산불에 탄 신화2리 마을과 화마가 지나간 지 1년이 지난 같은 장소.2023.3.4/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울진=뉴스1) 최창호 기자 = "죽지 못해 사는거지, 이게 사람 사는게 맞다고 보는교!"

"그때는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니더…목숨이 먼저라 몸만 빠져나왔고 씨뻘건 불이 바람에 마을로 오는데 죽는 줄 알았니더…"

1년전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울진군 북면 신화2리 주민들은 지금도 산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다.

2022년 3월 4일 오전 11시17분쯤 경북 울진군에서 국내 최악의 산불이 발생했다.

북면 두천리 도로변에서 시작된 불은 강풍을 타고 울진읍 쪽으로 급속히 번졌다.

불은 불과 2~3시간도 안돼 울진 전역으로 번졌고 산림청은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최고 단계인 3단계를 발령했다.

산림청과 국방부,소방청, 각 지자체는 진화헬기와 해병대, 육군특전사, 육군 신속대응사단(특공대), 지자체 산불전문진화대와 로젠바우어 판다 초대형 소방차 5대와 초대형산불진화헬기, 육군 대형수송헬기 등 동원할 수 있는 가용장비는 모두 투입했지만 주불을 잡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산림청은 산불 8일째인 화세가 거센 응봉산에 특전사를 투입했다. 응봉산은 일반진화대원들이 접근하기 힘든 지형으로 산악 지형에 특화된 특전사와 산림청 공중진화대원들이 투입됐다.

지난해 3월 4일 오후 국내 최악의 산불이 발생했던 경북 울진군 북면 신화 2리 마을 회관 앞 집터에는 조립식 주택들이 들어서 있다.2023.3.4/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꺼질 줄 몰랐던 불은 산불 발생 10일 째인 13일 오후 응봉산에 남아있던 화선이 9일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에 잡히면서 완전히 진화됐다.

그러나 산불 발생 1년이 지났지만 북면 등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산불 피해 지역 중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북면 신화2리.

오손도손 30여 가구가 모여있던 마을에 산불이 덮쳐 22채가 잿더미가 됐다.

이재민 중 15가구는 약 27㎡(8평)조립식 주택(임시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대부분 주민들은 "요즘 뉴스에서 산불을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멍해진다고 했다. 앞으로 5~6월이면 장마에다 태풍이 한 두개 올라오는데 뒷 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정부와 울진군에서 주거안정을 위해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자만 정부 지원금과 성금만으로는 최근 건축비가 700만원을 웃돌아 성금만으로 예전과 같은 집을 짓기는 어렵다"고 하소연 했다.

16일 오전 경북 울진군과 산림청,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경북경찰청 과학수사대가 울진삼척 산불 최초 발화지점인 울진군 북면 두천리 인근 도로에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울진군은 지난 4일 산불 발생 후 두 차례 현장 감식을 실시한 바 있다. 2022.3.16/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울진군 등은 전소 주택 이재민에게 정부 지원금과 민간 성금 등을 합쳐 최대 1억2000만원을 지원했다.

울진군이 피해 접수를 한 결과 건축물 460곳, 축사 37곳, 비닐하우스 118곳, 저온저장창고 38곳과 경운기 등 농기계 1373대, 가축 420두, 양봉 3547군, 버섯재배사 8곳, 농작물 11.5㏊로 잠정 파악돼 피해액이 1700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불은 213시간 43분 동안 강원도 삼척까지 번져 산림 1만6302ha(울진 1만4140ha, 삼척2162ha)를 태웠다. 산불 피해 면적은 서울시 면적의 약 27% 정도 태웠지만 아직까지 방화 용의자는 오리무중이다.

choi1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