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 '칠성 개시장' 복날 '영업중'…캣치독팀 "폐쇄하라" 시위

말복날인 15일 대구 북구 칠성시장 내 개골목 입구. 2022.8.15/뉴스1 ⓒ News1 이성덕 기자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전국에서 단 1곳 남은 대구 북구 칠성 개시장. 개 식용에 대한 반대 여론에도 15일 말복을 맞이해 보신탕 집을 방문하는 손님이 적지 않았다.

'공사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A씨(60대)는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린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원기회복을 하기 위해서 보신탕만큼 좋은 게 없다"며 "시민단체들이 보신탕 집 앞에서 개들이 죽는 모습을 영상으로 트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말복을 맞아 친구와 함께 보신탕 집에 식사를 하러 온 B씨(50대)는 "개고기가 안된다면 돼지와 소도 먹지 말아야 한다"며 "시대가 바뀌었다고 우리 선조시대부터 내려온 전통을 손가락질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 칠성시장은 경기 성남 모란가축시장, 부산 구포가축시장과 함께 '국내 3대 개시장'으로 불렸지만 두 시장이 폐쇄되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칠성시장 일대에는 건강원 10곳과 보신탕 업소 4곳 등 14곳에서 개를 식용으로 판매한다.

동물권이 공론화되기 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약 20곳이 영업하고 있었다.

개시장 안에 있는 도살장 2곳은 폐쇄됐으며, 개를 가두는 이른바 '뜬장'도 철거됐다.

이 중 3곳은 정비사업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곧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정비사업 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곳은 업주가 스스로 업종 변경을 하지 않으면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업주들은 "보신탕 가게를 운영한다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는게 서럽다"면서 "대구시 등은 생계 걱정을 하지 않도록 보상만 제대로 해주면 좋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캣치독팀'은 11개의 시민단체와 함께 말복날인 15일 대구 칠성시장 내 개시장 골목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2022.8.15/뉴스1 ⓒ News1 이성덕 기자

이날 같은 장소에서 동물보호단체는 대구 칠성시장 내 개시장 폐업과 개 식용을 금지하는 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곳을 '동물 학대의 온상'으로 지목하고 대구시 등에 폐쇄를 촉구했다.

캣치독팀은 대구동물보호연대, 행강 등 11개 시민단체와 함께 개시장 골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와 북구에 "칠성 개시장을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개들이 전기충격기를 통해 기절한 뒤 잡히는 모습을 영상으로 내보내면서 도살장의 현실을 알리기도 했다.

영상을 본 일부 시민들은 눈을 질끔 감거나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영상을 시청한 시민들은 "도살장에서 개가 죽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니까 너무 끔찍하다"면서도 "보신탕집 점주들도 생계가 있는데 강제적으로 철폐를 강요하는 것은 맞지 않은 것 같다. 정부 등 행정기관에서 이들에게 살길을 마련해주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개는 수많은 불법 개농장과 도살장에서 좁은 뜬장에 갇힌 채 학대를 받고 있다"면서 "물 한 모금 먹지 못한 채 썩은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동족이 보는 앞에서 잔인한 방식으로 도살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 속에서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는 개고기로 인해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팬더믹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당선 후 '개 식용은 개인의 자유'라며 돌연 발언을 바꾼 점에 대해 "개식용은 동물학대를 넘어서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침해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라며 "홍 시장님의 의지로 대구 칠성 개시장을 철폐하시길 간곡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psydu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