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선수 7명 불법취업 알선한 현역 마라톤 선수 구속송치
체육회 인장 제작해 허위 초청장으로 대사관도 속여
마라톤 참가 사유로 입국해 경남 지역 양식장서 일해
- 박민석 기자
(창원=뉴스1) 박민석 기자 = 국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며 허위로 만든 초청장으로 해외 대사관을 속여 외국인 마라톤 선수들을 초청해 국내 양식장에 불법 취업을 알선한 현직 마라톤 선수를 포함한 일당이 해경에 붙잡혔다.
창원해경은 출입국 관리법 위반(허위 초청·불법취업 알선), 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위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지난달 28일 경기지역 한 지자체 체육회 소속 마라톤 선수 A씨(29)를 검찰에 구속 송치하고 전 마라톤 코치 B씨(52), A씨의 배우자 C씨(33)를 불구속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케냐 국적의 마라톤 선수 7명을 국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것처럼 허위로 꾸민 초청장으로 주케냐대한민국대사관에서 비자 발급을 받게 하고 국내로 입국시켜 불법취업을 알선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창원해경은 지난 7월 출입국관리법위반(불법고용알선), 직업안정법(명의대여) 등 위반 혐의로 A씨 등이 입국시킨 케냐 선수들을 통영과 거제, 고성 등 경남지역 양식장에 취업시킨 불법 취업 알선 브로커 3명을 불구속 송치한 바 있다.
해경에 따르면 현역 마라톤선수인 A씨는 외국인 선수들이 국내 마라톤 대회 참가를 사유로 체육회 초청을 받으면 국내 입국이 쉽다는 점을 알고 케냐 선수들을 입국시켜 취업을 알선하고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체육계 선후배 사이인 전 마라톤 코치 B씨와 자신의 배우자 C씨와 함께 올해 1월부터 범행을 공모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범행을 일명 'KK(Korea-Kenya) 프로젝트'라 명명하고 케냐 일꾼 300명 모집을 목표로 한국 양식장에서 일하면 일이 편하고, 임금이 많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 영상을 제작해 케냐 선수들을 모집했다.
케냐 선수 26명이 모집되자 이들은 경남, 경기, 강원, 충남지역의 4개 기초자치단체 체육회의 인장을 임의로 제작해 케냐 선수들이 국내 주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며 허위 초청장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케냐에서 귀화한 경남지역 마라톤 선수의 명의도 초청인으로 도용해 사용했다.
A씨 등은 허위로 꾸민 초청장을 주케냐대한민국대사관으로 보내 운동경기 참가 비자(C-4-5)를 요청해 7명을 국내로 각각 입국시켰다.
입국한 케냐 선수들은 A씨 등을 통해 불법 취업 알선 브로커에게 넘겨져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경남지역 양식장에서 일했다.
A씨 등은 케냐 선수들의 임금 3400만원가량을 자신들의 계좌로 받아 챙겼다. 불법 취업 알선 브로커 3명은 케냐 선수들의 일당에서 1만~2만원씩을 취업 알선 수수료로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올해 2월 경남지역 한 양식장에서 선원, 양식장 등 수산업 관련 취업 비자를 받을 수 없는 케냐 국적의 외국인이 일하는 것을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외국인 불법 취업 알선 조직이 국내 취업을 원하는 외국인 운동선수들을 상대로 허위 초청 서류를 발급해 국내 입국을 유도한다는 정황을 발견하고 수사를 계속해 이들 일당을 7월부터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입국한 케냐 선수들은 모두 케냐 육상협회에 등록된 마라톤 선수들로 이 중 1명은 부산의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케냐 선수들은 일당과 브로커들에게 수수료가 떼여도 환율이 10배가량 차이 나는 우리나라에서 돈을 벌고 케냐로 돌아가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어 A씨 등의 모집에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위로 꾸며진 초청장으로 입국한 케냐 선수 7명 중 6명은 케냐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1명은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김영철 창원해양경찰서장은 “이번 사건은 귀화 선수의 이름을 도용해 허위 초청해 불법취업 알선까지 이어졌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국인 선수 국내 초청과 관련 체육단체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pms710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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