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혐의' 50대, 끈질긴 경찰 수사에도 무죄 판결, 검사 항소

"제출된 증거만으로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
무면허 운전 혐의만 유죄 인정…벌금 300만원

2022년 4월 해운대구 한 도로에서 A씨가 한 차량에 부딪히며 발등을 다쳤다고 주장하는 모습.(부산경찰청 제공)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수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경찰이 보험사기 혐의로 구속송치한 50대가 최근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3단독(심재남 부장판사)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특수상해, 특수재물손괴, 무고,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50대)에 대해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죄를 제외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진로 변경하는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고 오히려 상대 운전자를 보복운전으로 고소하는 수법 등을 이용해 총 3회에 걸쳐 4500만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19년 11월 경부고속도로 합류지점에서 상대 차량인 모닝이 진로를 양보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뒤따라가 보복운전을 하다가 차량이 진로를 변경하는 순간에 일부러 부딪힌 뒤 상대방을 보복 운전으로 신고한 혐의도 받는다.

또 2022년 4월 해운대구 한 도로에서는 시비가 붙은 상대방의 차량을 가로막고 차량 바퀴에 일부러 발을 갖다 대 상해 치료비를 타내기도 했다.

A씨는 2021년 1월 보복운전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 받아 면허가 정지되고도 포르말린 등 위험물 운송 차량(24톤 탱크로리)을 총 32회에 걸쳐 8000㎞를 운전한 혐의도 있다.

앞서 A씨를 수사한 부산경찰청 교통조사계는 지난 4월 브리핑을 열고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호송되던 A씨는 담당 수사관이 과속으로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며 살인미수로 고소하는 등 총 30회에 걸쳐 고소·진정하며 수사를 장기화시키고 방해했다"며 "보험사기는 물론 공권력을 조롱하며 고의적으로 수사를 방해하는 악질 피의자에 대해 엄중한 수사로 처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고, 검찰 역시 위와 같이 5가지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통화내역, 금융계좌, 블랙박스 CCTV, 법과학연구소 참여 상황재현 실험, 의료기록 분석 등을 바탕으로 한 경찰 조사에도 불구하고, 재판에서는 A씨의 법정진술과 자동차운전면허대장, 블랙박스 영상 등만 적법하게 채택되면서 무면허 운전 외 혐의는 제출된 증거만으로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사고로 인해 상해를 입은 사실이 없음에도 마치 상해를 입은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했다고 보기 부족하고, 보험사기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모닝 차량과의 사고 역시 쌍방 과실로 판단됐고, 당초 수사기관에서 보복운전에 대해 '혐의없음' 처리하면서, A씨의 신고도 무고로 인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죄로 인정된 무면허 운전 혐의에 대해 "죄질과 범정이 좋지 않다"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검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으며, A씨는 항소심 재판부에서 다시 한번 유·무죄 판단을 받게 됐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