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허위서류 보증계약 취소"…HUG 보증금 지급 판결 또 엇갈려
1심 판결 4건 중 전세사기 피해자 2건 승소
HUG 보증계약 바탕으로 한 '새로운 이해관계' 여부 관건
-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임대인이 허위서류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속여 보증계약이 일괄 취소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제기한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앞서 법원의 판단이 엇갈린 가운데 최근 잇따른 판결도 승·패소가 또다시 엇갈렸다.
현재까지 4건의 1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승소한 사례가 2건, HUG 측의 손을 들어준 사례가 2건으로 파악됐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6단독 최지경 판사는 전세사기 피해자 A씨가 HUG를 상대로 제기한 임대차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A씨는 임대인 B씨와 2020년 7월 첫 임대차계약을 맺은 이후 2022년 8월 묵시적 갱신으로 계약이 2년 연장됐다.
이후 B씨는 지난해 6월 보증금을 허위로 낮춰 채무비율을 맞추는 수법으로 HUG와 보증계약을 체결했고, 이를 뒤늦게 알아차린 HUG는 같은해 9월 B씨 건물에 대한 보증계약을 일괄 취소했다.
최지경 판사는 "HUG와의 보증계약을 신뢰해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지게 됐다고 볼 수 없다"며 HUG가 보증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이 추가되면서 HUG를 상대로 한 유사한 소송에서 원고와 HUG는 각각 2번씩 승소했다. 앞서 지난 5월 같은 법원 민사6단독의 원고 승소 판결을 시작으로, 지난달 민사2부의 원고 패소와 민사7단독의 승소 판결이 각각 내려진 바 있다.
특히 이번 민사6단독의 패소 판결은 HUG 상대 보증금 반환 소송의 첫 판결이자 원고의 손을 들어 준 재판부에서 나온 엇갈린 판결이라 더욱 눈길이 끈다.
이처럼 같은 재판부에서조차 판단이 엇갈린 데에는 임대차계약 갱신 여부와 갱신 시점 등 임차인마다 개별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4건의 판결 모두 HUG 보증계약의 채권 담보적 기능을 신뢰해 보증계약 체결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해관계'가 맺어졌는지가 주효한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임대인 B씨는 2020년~2022년 사이 HUG의 보증보험이 없는 상태에서 피해자들과 처음 계약을 맺었다.
이후 임대사업법 개정으로 HUG 보증계약이 의무가 되면서 B씨는 지난해 보증계약 체결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기존 임대인들에게 보증계약에 가입시켜 주겠다고 계약 갱신을 적극적으로 회유했다.
이러한 회유에 묵시적 갱신한 임차인도 있고, 이전에 미리 계약 미연장 통지를 한 임차인도 있어 개별 피해자들의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다만 보증계약 법적 성질을 달리 해석한 판결도 있다. 지난달 전세사기 피해자 5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손 판결을 내린 민사2부(서근찬 부장판사)는 보증계약을 바탕으로 임차인이 새로운 이해관계를 맺었는지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증계약이 ‘보증보험’의 성격을 띠지 않는다는 HUG 측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HUG의 보증계약을 '보증보험'과 유사하다고 판단한 다른 재판부와 달리 서 판사는 "계약자들간 사이 발생한 손해를 보험자가 인수하는 '보증보험'계약과 보험회사가 아닌 HUG의 '보증계약'은 성격이 다르다"고 판시했다.
보증계약의 법적 성질에 대한 대법원의 명확한 판례도 없을뿐더러 앞서 1심 판결을 내린 재판부들 대부분 약관에 따라 보증계약을 취소한 HUG의 조치는 적법하다고 보고 있는 만큼 앞으로 남은 10여건의 민소송에서 엇갈린 판결은 계속될 전망이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HUG가 보증계약을 일괄 취소한 가구 수는 99세대에 달하며, 피해자 38명이 개별적으로 17건의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사기, 사문서위조 동행사 혐의로로 기소된 임대인 B씨는 이날 진행된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ase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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