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박물관 '조선총독' 글씨 새겨진 석물 전시 두고 '친일 미화' 논란

시민단체 "조선총독·마산부윤 글 높이 받들어 전시 부적절"
창원시 "일제 기념 아냐…안내문 내용 보완해 설치할 것"

열린사회희망연대가 23일 창원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산박물관에서 야외 전시된 조선총독과 마산부윤의 글씨가 새겨진 석물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2024.10.23 ⓒ 뉴스1 박민석 기자

(창원=뉴스1) 박민석 기자 = 경남 창원시립마산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전시된 석물을 두고 친일 미화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23일 창원시와 지역 시민사회 등에 따르면 해당 석물은 지난 1930년 마산부 추산정수장이 완공되면서 일제 당국이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

당시 조선총독인 사이토 마코토가 '산명수청(山明水淸, 산수가 맑고 깨끗함)'이라고 적었고 5대 마산부윤이던 이타가키 타다지도 '수덕무강(水德无疆, 물의 덕은 너무나 커서 그 끝이 없다)' 이라는 글씨를 새겼다.

석물은 지난 1984년 추산정수장이 폐쇄된 후 방치됐다. 그러던 중 지난 1995년 김영삼 정부가 '역사바로 세우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마산 산호공원으로 옮겨져 언론인이자 독립운동가인 '목발 김형윤' 선생 불망비 앞 화단 바닥에 깔렸다.

지난 1995년 김영삼 정부의 '역사바로세우기' 운동 일환으로 마산 산호공원 '묵발 김형윤' 선생 불망비 앞 화단에 깔렸던 석물 모습.(열린사회희망연대 제공)

일본 헌병이 조선인 지게꾼을 폭행하는 것을 보고 불의를 참지 못해 헌병의 한쪽 눈을 뽑은 김 선생의 불망비 앞 화단 바닥에 놓아 참배객들이 발로 밟으며 지나가게 했다는 것이 시민사회의 설명이다.

이 석물들은 지난 2001년 추산정수장이 있던 자리에 마산박물관이 건립되면서 다시 박물관으로 옮겨져 화단 한 켠에 놓여졌다.

그러다 지난 2022년 창원시가 이 석물들을 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전시하고 지붕과 야관 경관 조명을 설치했다.

석물 안내문에도 추산정수장의 개요와 조선 총독과 마산부윤이 준공을 기념하기 위해 글을 썼다는 내용과 일제에 의해 설치됐으나 지역 상수도 역사를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는 설명만이 적혀 시민사회가 반발했다.

시가 추산동 산책로에 설치한 안내문에는 1941년 발간된 '약진 마산의 전모'를 인용해 "1941년 추산정수장에서 시내에 물을 공급하면서 수돗물은 먹은 사람은 4000명이고 당시 마산에 사는 일본인은 5000명으로 기록된 것으로 보아 신마산에 있는 일본인들이 수도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선사람의 하루 일급이 70전인데 수도 기본요금은 1원 20전 정도로 조선사람은 사용할 수 없는 수도 요금"이라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열린사회희망연대 등은 23일 창원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창원시립마산박물관에 전시된 일제강점기 조선총독과 마산부윤의 글씨를 새긴 석물을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 석물들은 역사적 유물이긴 하지만 지금처럼 석물을 높이 받들어 전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조선 총독의 글씨를 전시할 때는 그와 함께 일제의 만행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적절한 설명과 맥락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산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전시된 조선총독과 마산부윤의 글씨가 새겨진 석물 모습.(열린사회희망연대 제공)

창원시는 일제강점기를 기념하기 위해 야외 전시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시 문화시설사업소 관계자는 "박물관 터에 마산 최초의 정수장인 추산정수장이 있었던 장소임을 알리기 위해 석물 지지대와 조명을 설치했다"며 "설치된 안내판의 설명이 부족해 시민들에게 설치 의도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내 기존 안내판을 정비해 내용을 보완해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pms71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