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탁금 48억 빼돌린 전 부산지법 공무원…징역 13년

재판부 "공무원의 사회적 신뢰도 훼손…피해회복 요원"

부산고등·지방법원 전경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전산 조작으로 법원 공탁금 48억여 원을 빼돌린 전 부산지법 공무원이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5부(장기석 부장판사)는 1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전 부산지법 공무원(7급) A씨(40대)에 대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으로 인해 국가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고, 공적 업무의 집행 기능 및 공무원의 직무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도 심각하게 훼손되는 결과가 초래됐다"며 "피해가 막심한데도 선물 옵션 등 파생 상품 투자로 인한 손실과 피고인의 재산 상태에 비춰 볼 때 향후 피해 회복도 요원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공탁자가 불명인 사건 등의 경우 피공탁자를 임의로 변경해 공탁금을 출금하더라도 발각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했다"며 "범행의 경위 및 수법, 범행 기간, 피해 금액, 피고인의 지위 및 임무 등에 비춰 그 죄책이 매우 중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별양형인자로서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거나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경우로 판단했다. 이 경우 다수 범죄 처리 규정에 따른 A씨의 권고형의 범위는 징역 4년부터 징역 16년까지다.

재판부는 "직무 수행의 기회를 이용해 매우 전문적인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이후 타 부서로 전보된 후에도 오히려 더 대담해진 수법으로 추가적인 범행에 나아갔다"며 "파생상품 투자로 피해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을 자초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좋지 않다"고 꾸짖었다.

A씨가 주장한 자수 감경에 대해서는 "수사가 개시된 경위, 진술 시점 등을 따졌을 때 수사기관에 자신의 범행을 자발적으로 신고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A씨의 범행을 공무원이 국민의 신뢰를 깨는 대표적인 죄인 뇌물죄와 유사한 사례로 보고 징역 20년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년여간 53회에 걸쳐 피공탁자가 '불명'이거나 오랜 기간 공탁금을 수령해가지 않는 건에 대해 전산에 자신의 가족 인적사항을 피공탁자로 입력하는 방식으로 공탁금 48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공탁계에서 형사합의부로 인사이동한 후에도 처리하지 못한 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거나, 점심시간에 로그인된 전산에 접속해 지속적으로 횡령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횡령한 48억여 원 중 37억 원을 위험성이 높은 파생상품에 투자해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지법은 지난 2월 A씨를 파면했다.

한편, A씨는 2019~2020년 울산지법 경매계 참여관으로 근무하며 총 6건의 경매사건에서 배당금 7억8000여만 원을 빼돌린 혐의로 송치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