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억 공탁금' 탕진 부산지법 공무원, 횡령인데 이례적 20년 구형
검찰 "국민의 돈 사적으로 탕진…뇌물죄에 준하는 범죄"
-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전산 조작으로 법원 공탁금 48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부산지법 공무원이 징역 20년을 구형받았다.
양형위원회 양형 기준 상 가중형이 징역 3~6년인 횡령 사건에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한 것은 이례적인 사례라 눈길을 끈다.
검찰은 19일 부산지법 형사5부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전 부산지법 공무원(7급) A씨(40대)에 대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보이스피싱·다단계 사기·전세사기와 같이 상호간의 신뢰를 악용한 범죄로 규정하고 위 범죄들과 같이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적어도 국민들은 공무원이 국민이 맡긴 돈을 개인적으로 도박과도 같은 파생상품에 사용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사법 시스템의 큰 축을 담당하는 법원을 신뢰하고 공탁금을 맡긴 국민들이 이제 걱정을 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상사의 도장을 위조하고 결제까지 맡는 등 관리 책임을 떠나 상호 신뢰를 갖고 업무를 하는 동료 간 신뢰를 깨버렸다"며 "국민의 돈을 횡령한 점과, 대부분이 개인의 투자로 탕진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은 A씨의 범행을 공무원이 국민의 신뢰를 깨는 대표적인 죄인 뇌물죄와 유사한 사례로 보고, 양형을 살펴봐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횡령액이 5억 원 이상일 경우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이 적용돼 가중처벌되며, 횡령액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에 따르면 이 경우 감경형은 1년 6개월~3년, 기본 2~5년, 가중형은 3년에서 6년이다.
반면 5억원 이상 뇌물을 수수한 경우 가중형은 11년 이상부터 무기징역까지이다.
A씨 측 변호인은 "해당하는 혐의에 맞게 양형 기준을 엄격하게 살펴봐달라"고 당부했다.
A씨는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았을 모든 분께 죄송하고, 막대한 피해를 입은 부산지법과 명예가 실추된 법원 공무원들에게 사죄한다"고 말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종합민원실 공탁계에 근무한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년여간 53회에 걸쳐 피공탁자가 '불명'이거나 오랜기간 공탁금을 수령해가지 않는 건에 대해 전산에 자신의 가족 인적사항을 피공탁자로 입력하는 방식으로 공탁금 48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횡령한 48억여 원 중 37억 원을 위험성이 높은 파생상품에 투자해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지법은 지난 2월 A씨를 파면했다.
재판부는 7월 10일 선고공판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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