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탁금도 횡령하다니'…법원공무원 48억 '슬쩍', 사법부는 질책

부산지법 "사법부 신뢰에 타격 입혔다"

부산고등·지방법원 전경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ㆍ경남=뉴스1) 조아서 기자 = 재판부와 검찰이 전산 조작으로 법원 공탁금 48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부산지법 공무원을 도박에 가까운 주식투자로 사법부의 신뢰에 타격을 입혔다며 강하게 질책했다.

부산지법 형사5부(장기석 부장판사)는 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전 부산지법 공무원(7급) A씨(40대)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검사는 이날 A씨가 파생상품에 투자해 횡령금 대부분을 잃은 점에 대해 “정식적 투자이지만 리스크가 큰 파생상품 투자로, 일반인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금액인 수십억원을 (잃었다.) 실질적으로 도박에 사용한 거 아니냐”며 지적했다.

또 범행 수법을 알게 된 경위를 묻자 A씨는 “공탁 관련 업무를 하며 찾아가지 않는 공탁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누군가한테 배운게 아니라) 스스로 터득했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공탁금 관련 업무가 있었던 예전부터 그 많은 공무원들 중 아무도 공탁금을 횡령한 적이 없다”며 “법원 공무원이 이 돈을 설마 횡령하겠냐는 신뢰가 있었는데 그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판부 역시 “공탁자, 피공탁자 채권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엮어있고, 이를 횡령할 경우 공탁관은 물론 관련자들이 피해를 입을 것을 알지 않았느냐”며 “사법부 비롯해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꾸짖었다.

A씨는 일정기간 공백 이후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경위에 대해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증거금이 필요해 범행을 지속했다”고 말했다. 파생상품의 증거금은 미래 시점에 최종 결제를 불이행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비해 예탁하는 보증금을 의미한다.

A씨 측은 자수 감경을 주장하기 위한 심문을 펼치기도 했다.

A씨 측 변호인은 "A씨가 법원 감사행정관에게 수사기관에 자수할 의사를 밝혔지만 법원 차원에서 경찰에 연락을 취한 뒤 조사를 받게 해주겠다고 말해 A씨가 자수를 하지 않고 기다렸다"고 말했다.

A씨는 종합민원실 공탁계에 근무한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년여간 53회에 걸쳐 피공탁자가 '불명'이거나 오랜기간 공탁금을 수령해가지 않는 건을 노려 공탁금 48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횡령한 48억여 원 중 37억 원을 주식상품에 투자해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지법은 지난 2월 A씨를 파면했다.

A씨에 대한 결심 공판은 오는 19일 열릴 예정이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사건의 후속조치로 지난 4월부터 공탁금 수령 권한이 있는 사람(피공탁자)에게 카카오톡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전면 시행하고 있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