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호소' 선배 의사 수십명 속여 600만원 뜯어낸 전공의

후원금 위해 소속병원·전공과 속여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부산 지역 한 사직 전공의가 생활고를 호소하며 선배 의사들의 '선심'을 악용해 수백만 원의 후원금을 빼돌린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수십 명의 피해자들 중 일부는 경찰 고발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부산 A 대학병원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사직서를 제출한 이 병원 재활의학과 4년차 전공의 B 씨(20대)는 이달 의료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선배 의사들에게 생활고를 호소하며 후원금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B 씨는 본인이 재직했던 병원과 전공과를 속이고, 전문의들에게 같은 병원, 같은 과 후배인 것처럼 거짓말했다. 이러한 수법으로 B 씨는 선배 의사들로부터 10만~20만원, 많게는 50만원씩 후원금을 송금 받았고, 단 2주 만에 총 605만 원을 챙겼다.

하지만 B 씨의 메시지를 수상하게 여긴 한 의사가 커뮤니티에 의혹 글을 올리면서 B 씨의 행각은 금방 탄로 났다.

B 씨가 재직했던 병원 관계자는 "B 씨가 얼마 전 병원에 연락해 자신의 재직 여부를 확인받은 사실이 있다"며 "우리 병원에서 B 씨에게 따로 후원하거나 금전을 건넨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태 수습에 나선 B 씨는 후원 명목으로 받은 금원 중 3분의 1가량을 다시 반환했으며, 돌려받기를 거부하거나 의사를 확인하지 못한 금액은 의협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B 씨는 커뮤니티를 통해 "단순히 같은 과 전공이라고 하면 전문의(선배 의사)가 후원을 해줄 것 같아 사칭하게 됐다"며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향후 수사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100일을 맞이한 가운데 수련병원 이탈로 소득이 끊기면서 생활고를 호소하는 사직 전공의가 늘고 있다.

선배 의사들은 생계 지원금 지급 사업, 무이자·저금리 대출 방안 등 후배를 위한 선심성 지원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며, 지난 2일부터 지난 21일까지 사직 전공의 1646명이 의협에 생계 지원금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ase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