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싸움이 현실판 살인으로…50대 유튜버들 현피 뜨다 사망
10년 전 부산 해운대에서도 '현피' 살인 벌어져
법원 앞 대낮 대로서 살해…범죄 대담성에 충격
-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부산지법 앞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던 50대 남성이 백주 대낮 대로에서 흉기에 찔려 숨졌다. 이 남성을 찌르고 달아난 50대 유튜버는 범행 1시간 40여분 만에 경북 경주에서 검거됐다.
이들은 3년 전부터 유튜브 방송을 통해 서로를 비방하며 수십차례 맞고소를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온라인 싸움이 법정 공방을 넘어 현실 강력 범죄로까지 이어지면서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9일 오전 9시52분쯤 부산 연제구 거제동 부산지법 앞에서 50대 유튜버 G씨가 라이브 방송 중이던 또다른 유튜버 H씨를 흉기로 찌르고 도주했다.
119구조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H씨는 심정지 상태였다. 곧바로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처치를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오전 11시 4분쯤 끝내 숨졌다.
경찰은 용의자가 차량을 이용해 달아난 것을 확인하고 추격 끝에 범행 1시간 40여분 만인 오전 11시 35분쯤 경북 경주에서 G씨를 검거했다.
◇10년 전 부산 해운대에서도 '현피' 살인 사건 벌어져
부산의 경우 온라인상에서 벌인 다툼으로 실제 현실에서 만나 싸움을 벌이는 '현피'가 살인 사건으로 번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부산 해운대구에서는 30대 남성 A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30대 여성 B씨를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2010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 내 정치 게시판에서 알고 지내던 두 사람은 A씨가 올린 비방글로 인해 B씨가 고소 협박을 하며 사이가 급격히 나빠졌다. A씨는 B씨와 온라인상에서 다투며 자신과 생각이 다른 B씨의 게시글을 읽고 반감을 더욱 키워왔다.
B씨의 글을 수집해오던 A씨는 급기야 2013년 6월 범행 자금 200만원을 대출받아 심부름 센터를 통해 B씨의 주소를 알아냈고, 흉기를 구입해 살인 계획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한달 뒤 실제로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B씨의 자택을 찾은 A씨는 B씨를 만나자마자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했다.
재판부는 A씨가 활동한 온라인 공간이 A씨의 범행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A씨는 1심에서 정신병력이 참작돼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기각해 1심 형을 확정받았다.
전성규 한국심리과학센터 이사는 "온라인은 가상공간이지만 이젠 사회의 일부분이 됐다. 다만 이곳에서 더욱 폭력적이고 과격한 행동 양상이 나타나는 건 비대면이라는 특성과 함께 자신이 믿고 지지하는 의견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더욱 극단화되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잘못 고착화된 신념이나 불만이 현실에서 발현할 땐 더 폭력적인 모습을 띠게 된다"고 말했다.
◇대낮 법원 앞에서 살인…범죄의 대범성에 경악
이번 살인 사건의 범행 장소는 부산지법과 부산지검 건너편 법조타운이다. 평소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들과 사법부를 찾는 일반 시민은 물론 인근 부산교대 학생들의 이동이 잦은 곳이어서 더욱 놀라움을 안겼다.
인구 이동이 잦은 법원 근처 대낮 대로에서 벌인 이번 범행 수법은 이후 재판에서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법원을 배경으로 한 살인 범죄 역시 범행의 대범성과 사법부에 끼친 악영향을 이유로 양형조건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
1990년 6월 13일 법원에서 증언을 마치고 나온 C씨(30대)가 흉기에 찔려 살해당했다. 서울지법 동부지원 앞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C씨가 친한 중학교 후배인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증언했다는 데 앙심을 품은 D씨(20대)의 소행이었다.
D씨는 법원 앞 노점 좌판에 있던 흉기를 집어 들고 길을 건너던 C씨를 불러 세운 뒤 흉기를 휘둘렀다. C씨는 현장에서 숨졌다.
1974년에는 법정 안에서 재판을 받던 피고인 E씨가 증인으로 출석한 F씨를 살해하기도 했다.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여자친구의 할머니를 살해한 E씨는 무기징역으로 복역 중 여자친구의 아버지인 F씨를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974년 10월 17일 서울형사지법 영등포지원 형사 제2단독에서 열린 재판에 F씨가 증인으로 참석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던 E씨는 교도소에서 미리 준비한 범행 도구로 법정에서 수갑을 풀고 F씨에게 달려들었다. F씨는 급히 법정 방청인 출입문까지 도망갔으나 E씨가 휘두른 흉기에 결국 사망했다.
이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피고인의 대담하고도 잔인한 범행으로 인해 사회 전체가 커다란 충격을 받았음은 물론 사법부의 업무수행에도 심대한 악영향을 미친 점 등 제반 정상을 참작해 살인죄에 대해 정해진 형 중 사형을 선택한다"고 판시했다.
◇보복살인 혐의 적용될까
법조계에서는 이번 '부산지법 피습' 사건의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특가법) 상 보복살인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가법에 따르면 형사사건 수사와 관련된 신고 등에 대해 보복을 할 목적으로 사람을 살해한 사람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일반 살인죄 보다 형량이 높다.
다만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수사 중인 사안으로 범행 경위 등에 따라 적용 법조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se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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