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곁에 서겠다" 검찰총장,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에 자필 편지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피해자들이 두렵고 외롭지 않도록 함께 곁에 서 있겠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김진주 씨(가명)가 보낸 감사 인사에 자필 편지로 응답했다.

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김진주 씨는 이날 이원석 검찰총장으로부터 책 2권과 편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 씨는 지난달 23일 '존경하는 이원석 총장님께 이제야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로 시작되는 편지를 전했다.

김 씨는 "여전히 보복 재판은 남아있지만 총장님의 지시가 아니었다면 21곳의 구멍은 뚫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검사님들이 아니었다면 이 외로운 싸움을 진즉에 포기했을 거다"라고 감사함을 표했다.

이 총장은 지난 2022년 10월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 이 모 씨가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자 사건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검찰은 사건 당시 김 씨가 입고 있던 청바지·속옷·상의 등 121개 부위 표본을 채취해 대검에 감정을 의뢰했고, 청바지 안쪽 4곳에서 이 씨의 DNA가 검출됐다.

보충된 증거를 토대로 이 씨에게는 살인미수가 아닌 강간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됐으며 항소심에서 1심보다 높은 징역 20년을 선고받아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현재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중 구치소에서 김 씨에 대한 보복협박 발언을 한 혐의로 또다시 재판을 받고 있다.

편지를 받은 이 총장은 "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내가 보호받고 있다. 국가가 나를 지켜준다'는 생각이 충분히 들도록 수사와 기소, 재판, 형 집행에 이르는 모든 형사사법 절차에서 범죄피해자 보호와 지원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검찰에 당부하기도 했다.

이 총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씨에게 자필 편지와 샤넬밀러의 '디어 마이 네임'과 나태주 시인의 '육필시화집'을 함께 선물했다.

이 총장은 "읽는 내내 아픔에 다시 한번 공감하게 됐으며, 국민을 지키는 호민관(護民官)으로서 검찰의 역할을 더 철저히 해야겠다는 다짐하게 됐다"며 "앞으로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든든히 지켜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총장의 자필 편지를 받은 김 씨는 "어쩜 이렇게 재수가 없을까 한탄하는 시간도 있었지만 가해자 덕분에 죽음에 대한 생각을 가까이 하며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아니 싸우자로 제법 가치 있는 인생을 써내려가고 있다"며 "이 편지 덕분에 꼭 살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 2월 범죄 피해 경험담을 녹인 저서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를 출간했다. 이 외에도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범죄 피해자와 연대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2022년 5월 22일 부산 서면에서 30대 남성 이 모 씨가 새벽에 혼자 귀가하던 김 씨를 뒤따라가 오피스텔 공동 현관에서 발차기로 쓰러뜨린 뒤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에서 성폭행하고 살해하려 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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