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대화로 치매 고위험군 찾아낸다… 전기硏, 기술 개발 '순항'

박영진 박사팀, AI 기반 퇴행성 뇌 기능 저하 평가 기술 연구
노인 100명 대상 실증서 경도 인지장애 환자·의심 13명 선별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원이 한 노인을 대상으로 '노인 친화형 발화 데이터 수집 기기'를 통해 경도인지장애 조기 선별 검사를 수행하고 있다.(전기연 제공)

(창원=뉴스1) 강정태 기자 = 한국전기연구원(KERI)이 일상생활 대화 분석을 통해 치매 전 단계인 '경도 인지 장애'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도전해 주목된다.

7일 KERI에 따르면 전기 의료기기연구단 청각인지 뇌 기능 연구팀의 박영진 박사팀이 '노년층의 일상생활 발화 빅데이터 구축을 통한 인공지능(AI) 기반 퇴행성 뇌 기능 저하 평가 기술 개발' 사업을 수행 중이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창의형 융합연구 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엔 KERI가 총괄기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서울대병원, 이화여대가 공동연구기관 및 위탁연구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발화'(發話)란 책을 읽거나 질문에 답하기 등 언어를 음성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사업단은 '노인 친화형 발화 데이터 수집 기기'를 개발하고, 여기서 정보 빅데이터(발화, 청각인지 뇌파, 청력)를 수집한 뒤 AI를 이용해 경도 인지 장애 고위험 노인을 선별 및 모니터링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업단은 편리함과 정확성에 주안점을 두고 이 기술을 개발 중이다. 보청기와 같은 형태의 기기를 착용하고 신경 인지기능 검사기 앱을 설치해 작동하는 것만으로 경도 인지 장애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업단은 이 앱을 통해 일상생활 환경에서 주로 활용하는 발화 패러다임을 분석, 평균 20회 정도의 대화 턴(turn) 발화 정보만으로도 80% 이상 정확성(민감도)으로 퇴행성 뇌 기능 저하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어르신들의 발화는 발음 장애 때문에 음성 인식이 더 까다롭고 사투리를 쓰거나 난청으로 질문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등의 경우가 많다. 사업단에선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AI 및 청각인지 디코드 기술 등을 활용하고 있다.

KERI는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노인복지관을 포함한 지역사회 노인 약 100명을 대상으로 사업단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실증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6명의 경도 인지 장애 환자 및 7명의 의심 대상자를 선별하는 데 성공했다.

KERI는 올 8월까지 추가로 150명의 복지관 어르신에 대한 실증을 통해 안산시 거주 노인들의 헬스케어 지원 및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이후에도 실증을 희망하는 지자체를 발굴, 대상 범위를 1000명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KERI는 이 기술이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상자 맞춤형 인지기능 개선까지 연계할 수 있어 치매 위기 사전 관리로 증상을 늦추는 데도 적용 가능한 등 파급력이 매우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박사는 "치매 조기 발견을 통해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건 물론, 천문학적인 국가·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고, 무엇보다 더 오랫동안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집에서 편리하게 짧은 시간 검사 참여로 경도 인지 장애 고위험군 치매 고위험군에 대한 선별이 가능할 수 있도록 좋은 결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jz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