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용지에 불법 폐차장 운영 의혹…토양오염은 기준 20배 넘어

거창군 마리면 유통단지 창고 시설…군 "위반 없음" 미온적
환경단체 "누가 봐도 폐차장"…인근 입주자 "폐차장 이용" 증언

크레인 리프트 시설이 설치된 창고와 해체 중인 차량. 2024.3.29 뉴스1/한송학기자

(거창=뉴스1) 한송학 기자 = 경남 거창군 마리면 한 유통단지의 일부 창고 시설에 불법 폐차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군이 조사하고 있다.

특히 이 시설은 폐차 관련 오염원 설치·관리가 미흡해 토양·수질 등 오염도 심각하다는 주장도 있어 당국이 환경오염 관련해서도 조사를 하고 있다.

환경단체 사단법인 초록생활에 따르면 거창군의 A유통단지는 창고 용지이지만 일부 창고와 부지는 불법 폐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A유통단지는 20여개 동과 부지를 포함해 총 7000㎡ 규모로 이 중 불법 폐차장 시설로 사용이 의심되는 창고는 6개 동에 3000㎡ 정도 된다. 6개 동은 자동차 수리 등으로 등록된 업체에서 사용하고 있다.

거창군에서는 이 유통단지는 조성된 지 20년이 넘은 것으로 개인이 건립해 운영하면서 입주와 폐업 등을 반복했지만 폐차장 시설은 들어올 수 없다.

하지만 초록생활은 이 유통단지에 창고로 위장한 한 업체가 폐차장으로 허가도 없이 수년 동안 불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본지 취재에서도 이 창고들이 폐차장으로 사용되는 정황들이 목격됐다. 한 창고에서는 폐타이어와 타이어 휠 수백개가 적재돼 있고 창고 앞과 주변 공터에는 해체 작업 중인 트럭이 10여대 있었다.

차량용 LPG 연료통 수십개가 방치된 창고와 무거운 차량 부속을 들어 올리는 크레인 리프트 시설이 설치된 창고도 있다.

방치된 폐타이어와 차량용 LPG 연료통. 2024.3.29 뉴스1/한송학기자

창고 주변 바닥 흙은 유분이 섞인 검은색을 띠고 물에는 기름띠가 있었으며 유통단지 하수구 정화조 맨홀은 기름막으로 보이는 물이 악취를 풍겼다.

초록생활이 이곳 토양을 채취해 한 대학에 의뢰한 결과, 창고 용지(2지역) 토양오염은 기준의 최고 20배 가까운 오염물질이 검출됐다. 검출은 불소가 기준치 400mg/kg이지만 455mg/kg이 검출됐으며, 석유계 총 탄화수소(TPH)는 기준치 800mg/kg이지만 1만5981mg/kg이 검출됐다. TPH는 유류로 인한 토양 오염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이 외에도 구리, 비소, 수은, 납, 아연, 니켈 등이 검출됐지만 기준치 이하로 나왔다.

초록생활에서는 이 문제들과 관련 군에 민원을 제기하자 군은 '현장 방문 확인 결과에서 정비 등의 자동차관리법상 영업행위를 확인하지 못해 '위반 사항 없음'으로 답변했다.

초록생활 백해주 단장은 “누가 봐도 폐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공무원이 현장을 확인하고도 아니라고 답변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심각한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인근에는 낙동강으로 흘러가는 위천이 있어 군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유통단지에서 물류 창고를 사용 중인 한 법인 관계자는 “주변이 다 폐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폐차장 사용이 불법인지는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현장 방문에서 (자동차) 부품은 있었는데 폐차장으로 사용한다는 판단은 어려웠지만 정확하게 조사를 더 해보겠다"며 "토양 오염 사항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고 있다. 문제가 있으면 창고 사용자 등을 상대로 행정적·법적 조치도 하겠다"고 말했다.

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