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수사·금융기관 사칭해 26억 뜯어낸 보이스피싱 일당 22명 검거

부산경찰청, 해외 콜센터 조직원·중계기 관리책 등 붙잡아
콜센터에서 전화 가면 중계기가 번호 바꿔 국내로 연결

지난 3월7일 경북 성주군 선남면 용신리 일대 갈대밭에 설치된 중계기.(부산경찰청 제공 영상 캡처)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해 국내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십억원 상당의 돈을 뜯어낸 중국 보이스피싱 범죄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은 기업형 전화금융사기 범죄단체를 결성해 보이스피싱으로 국내 피해자들에게서 돈을 갈취한 해외 콜센터 조직원 3명과 전화번호 변작 중계기 관리 일당 19명을 전기통신사업법 및 사기 혐의로 검거했다고 10일 밝혔다.

콜센터 조직원들은 모두 한국인으로 국내 송환 뒤 구속됐다. 붙잡힌 중계기 일당 중 9명도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일당은 2016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금융기관·수사기관을 사칭해 피해자 229명으로부터 약 26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노트북·인터넷 전화 등 범행을 위한 시설과 기업형 조직을 결성하기 위해 중국 청도·산둥성 등 6개 지역의 아파트·오피스텔 등을 임차했다.

범행은 사무실 운영·수익 분배 등을 총괄하는 총책, 콜센터 상담원, 대포통장 모집·관리책, 현금 수거책, 해외 송금책, 중계소 관리책 등 6개 역할로 나뉘어 이뤄졌다.

상담원이 검찰을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범죄에 연루됐다고 겁을 주고 돈을 빼앗거나 금융기관을 사칭해 정부 대출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고 속여 대환대출 명목으로 금원을 편취하는 방식이었다.

또 자녀를 사칭해 휴대전화 액정 수리비가 필요하다고 속여 돈을 갈취하기도 했다.

자녀를 사칭한 문자메시지 발신 내역.(부산경찰청 제공)

해외 콜센터 상담원이 전화를 걸면 국내에 있는 변작 중계기를 통해 '010'으로 시작되는 번호로 피해자들에게 연결됐다. '070'으로 시작되는 번호를 잘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악용한 것이다.

중계소 관리책이 일반 휴대전화 여러 개를 모텔이나 오토바이 뒤칸에 두면 이 기기들이 해외에서 오는 전화를 국내로 연결해준다. 또 일당이 땅속에 설치한 중계기의 경우 콜센터 상담원이 한번 전화를 걸면 동시에 최대 30여명에게 사칭 전화가 갈 수 있게 했다.

변작 중계기 관리 일당은 이같은 수법으로 총 45명의 피해자로부터 24억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입혔다.

경찰은 중계 휴대전화 450개, 유심 2000여개, 중계기 3개를 압수하고, 이번 범행과 관련된 추가 일당이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에선 전화로 금품을 요구하지 않는 사실을 각별히 유의해달라"며 "금융기관은 카카오톡·문자로 링크를 보내 앱을 설치하라고 요구하지 않으며 수사기관도 영장이나 공문서를 보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금·가상자산·문화상품권을 요구하면 100% 사기이니 전화를 끊어야 한다"며 "휴대전화·유심 등 통신장비를 발견하면 적극 신고를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모텔에서 발견된 일반 휴대전화 중계기.(부산경찰청 제공)

blackstam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