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250마리 철창 가둬 교배, 새끼 경매장에 넘긴 모자 2심도 '집유'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부산에서 고양이를 주택 철창에 가둬 놓고 교배시킨 뒤 태어난 새끼 고양이들을 경매장에 팔아넘겨 수익을 챙긴 모자가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제2-1형사부는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모자와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의 형을 유지한다고 27일 밝혔다.

1심이 인정한 범죄 사실에 따르면 모친 A씨(60대)와 아들 B씨(40대)는 2018년 9월부터 2020년 1월까지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집안에서 약 250마리의 암수 고양이를 서로 교배시킨 뒤 새끼 고양이가 태어나면 부산, 울산, 대전 지역의 경매장에 판매해 약 5100여만원의 수익을 얻은 혐의를 받는다.

고양이는 주로 A씨가 경매장에서 구입하거나 B씨가 과거 운영하던 펫샵에서 데려오는 방식으로 모아졌다. 이들은 부산 수영구 소재 A씨의 집에 협소한 철장을 겹겹이 설치한 뒤 고양이를 가뒀고, 암컷 고양이가 임신하면 B씨의 주거지에 옮겨 원활하게 출산하도록 관리했다.

새끼 고양이들은 태어난 지 2달이 지나면 경매장에 팔렸다. 이 과정에서 배변 처리 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부 고양이들은 호흡기 감염 및 피부염 등 각종 질병을 앓았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됐다.

또 수의사 처방이 필요한 예방접종 백신 '펠로셀'을 면허 없이 고양이들에게 일회용 주사기로 투여하기도 했다.

이들은 1심에서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검찰과 피고인들은 사실오인 및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에서 채택한 증거 등을 살펴보면 피고인들의 범행이 인정된다"며 "1심과 비교해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쌍방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20년 2월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의 제보로 경찰이 A씨의 주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라이프가 고양이 구조에 나섰지만, 일부 고양이들은 심한 질병으로 숨졌다.

심인섭 라이프 대표는 "오랜 기간 동물을 악용해 불법 이익을 취해왔는데도 형량이 가볍다"며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데 사법부의 인식은 여전히 낮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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