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4급 판정' 송승환 "귀에 집중…안보이니 상대배우 대사 듣고 교감"
17일 연극 '웃음의 대학' 검열관 역 송승환 라운드 인터뷰
- 정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배우 송승환(67)이 연극 '웃음의 대학'으로 돌아왔다. 일본 최고의 극작가 미타니 코키가 쓴 이 작품에서 냉정한 검열관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송승환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습실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서현철 배우가 연기하는 검열관은 무뚝뚝하고 냉정하다면, 저는 화를 버럭 내고 소리도 잘 지르는 다혈질 형 검열관"이라며 본인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현철 배우는 코미디 연기의 대가"라며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서현철 배우한테 대사를 던지는 어투와 타이밍 등 많이 배웠다"고 덧붙였다.
송승환은 이번에 '웃음의 대학'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2년 전 연극 '더 드레서'를 마친 뒤 다음 작품을 고민하던 중 '웃음의 대학' 대본을 읽게 됐다"면서 "대본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고 밝혔다.
송승환은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도 토로했다.
"제가 대사를 무척 잘 외우는 편인데 이번엔 힘들었어요(웃음). 대본을 못 보니 들으면서 외웠죠. '웃음의 대학'은 검열관과 작가가 짧은 대화를 빠른 속도로 계속 주고받는데, 대사 순서가 헷갈렸습니다."
송승환은 5년 전 황반변성과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각장애 4급 판정을 받았다. 그의 가시거리는 30cm. "저는 안 보인다는 핸디캡이 있기에 귀가 굉장히 예민해져야 한다"며 "상대 배우의 대사를 듣고 감성을 교감해야 하기 때문에 '귀에 집중한다"고 했다.
연극 '웃음의 대학'은 1996년 일본서 초연 후 요미우리 연극대상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2008년 국내 초연 당시 객석 점유율 100%를 기록했고, 2016년까지 관객 35만 명을 모으며 흥행 열풍을 일으켰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이다. 힘든 전시 상황에 희극 따위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냉정한 검열관과 웃음에 사활을 건 극단 '웃음의 대학' 전속 작가가 벌이는 7일간의 해프닝을 그렸다. 특히 검열관은 작가에게 대본 속 웃음이 나오는 장면은 모두 삭제하라고 강요한다.
연극 '웃음의 대학'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오는 6월 9일까지 공연한다. 검열관 역은 송승환·서현철이, 작가 역은 주민진·신주협이 연기한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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