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지 작가가 말하는 '영감의 탄생'…K그림책 인기 있는 이유는
이수지,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 대표 연사
"그림책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은 '이것'"
- 정수영 기자
"영감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예전엔 재미있는 걸 발견하면 스케치북에 그렸는데, 요즘엔 핸드폰에 적거나 사진을 찍어둡니다. 이런 요소들이 어떤 무엇과 갑자기 연결되는 순간이 있어요. 그때 뭔가가 시작되는 것 같아요."
(부산=뉴스1) 정수영 기자 = 이수지(50) 그림책 작가는 28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영감은 없다"며 '영감이 탄생하는 순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인터뷰는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의 일환으로 열린 이 작가의 강연회가 끝난 뒤 진행됐다.
이수지 작가는 그림책 '여름이 온다'로 지난 2022년 한국인 최초로 '아동문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안데르센상) 그림 작가 부문상을 받았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글 없는 그림책'. 대표적인 작품이 이 작가의 이름을 널리 알린, '파도야 놀자'다.
그는 "글 없는 그림책은 글이 원래 있는데 글을 뺀 게 아니라 글이라는 것이 필요 없는, 이미지 자체로 시각적인 서사를 펼쳐나가는 책"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읽는 방식이 자유롭고, 정답이 없어서 아주 재미있는 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텍스트(글)가 없을 때는 이미지들이 주는 단서에 대해 자신이 생각한 것을 조합해 자기만의 대답을 만드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며 "그 시간이 독자를 가장 창의적으로 만드는 순간이고, 또 그것이 그림책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수지 작가는 최근 케이(K) 그림책에 대한 세계 출판계의 높아진 관심에 관해서는 "역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면서 "비유하자면 막 피어오르는 상태이자, 소위 '고인 물'이 없는 상태여서 편견도 선입견도 없어 에너지가 넘치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좋은 그림책 작가의 자질에 대한 질문에는 "제가 감히 이야기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자세를 낮춘 뒤 "호기심인 것 같다, 궁금해하는 마음"이라고 답했다.
"그 마음은 어린이와도 통하죠. 궁금하면 알아봐야 하잖아요. 궁금한 마음은, '내가 알아봐야겠다'는 용감한 행동으로 연결되죠.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와 연결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용기와 호기심이 (그림책 작가에게) 필요할 것 같아요."
이 작가는 올해 첫 회를 맞은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 대한 바람도 드러냈다.
"저는 볼로냐아동도서전을 무척 좋아합니다. 항상 현시점에서 가장 트렌디하고 가장 핫한 작가들이 오는 데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큰 주제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죠. 부산국제아동도서전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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