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라 "예술은 고정관념을 깨는 스토리텔링" [책과 사람]

'영혼의 이중주' 펴낸 융합형 멀티 예술가 노엘라 인터뷰

편집자주 ...다채널의 뉴미디어 시대라지만, 책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존재입니다. 책은 전문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부터 각 분야 유명인사와 스타들 및 이웃들의 흥미로운 경험들을 기반으로 탄생합니다. [책과 사람]을 통해 각양각색의 도서들을 만들어 낸 여러 저자들 및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책은 물론 그들의 삶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영혼의 이중주'의 저자 노엘라. ⓒ 뉴스1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바이올리니스트, 배우, 프로듀서, 영화감독, 칼럼니스트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 중인 사람이 있다. 그는 노엘라다. 바이올리니스트로서 강연과 공연을 결합한 렉처 콘서트를 국내에 최초로 도입해 많은 주목을 받은 장르 융합형 멀티 예술가다.

'영혼의 이중주'는 그가 펴낸 교양 예술 에세이다. 미켈란젤로와 조스캥 데프레, 고야와 베토벤, 고흐와 라흐마니노프, 뵈클린과 말러, 샤갈과 차이콥스키, 데이미언 허스트와 조지 크럼 등 59쌍의 삶과 예술이 닮은 화가와 음악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노엘라는 어떻게 음악과 미술에서도 융합점을 찾은 것일까. 화가의 인생과 그림을 보며 그와 닮은 음악가와 음악을 연결한다는 발상은 어디서 나왔을까. 또한,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총 28차례의 수상을 한 저력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그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아버지와 얘기하다가 나온 아이디어다. 그림 활동을 하시지만 음악에는 무관심한 분인데, 음악에도 인상주의, 표현주의 그런 것과 매칭되는 분들이 있다고 하자 큰 관심을 보이셨다. 그래서 그런 내용의 칼럼을 몇 개 썼는데, 이를 본 언론사에서 연재 요청이 왔다. 그래서 무작위로 생각나는 대로 연결하며 쓰다 보니 그것이 책이 됐다. '영혼의 이중주'는 '그림이 들리고 음악이 보이는 순간' 시리즈 1, 2와 '뉴스1'에 실렸던 '노엘라의 화음'을 전면 개정한 것이다.

-책을 보면 본인이 즐기는 느낌으로 쓴 듯한데.

▶그렇다. 처음에는 내가 전달하는 정보가 틀렸거나 독자가 공감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하지만 '정답주의'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면서 내가 느낀 느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음악도 존 케이지의 '4분 33초'다. 침묵 속에 들리는 '일상의 음악'이라는 그의 철학에 깊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림 작품과 음악을 연결한 것 기준은.

▶순전히 감성, 감각, 본능적인 느낌이다. 동시대를 산 예술가들을 바탕으로 그림을 보다가 알고 있는 클래식 작가가 연상되면 그의 삶을 조사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둘 사이의 삶의 역정이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작품의 배경이 결국 인생이자 삶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사, 고독감, 심지어 앓았던 질병까지 둘 사이에 공통점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을 포착해서 스토리텔링으로 엮는 작업을 한 것이다.

-어떻게 다방면의 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원래는 다섯 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하고 전공으로 이어져 유학까지 갔는데, 음악에서 '진정한 나'를 찾는 것이 힘들어지는 순간을 만났다. 그러다 보니 내 연주를 들려주는 것에 미안함을 느꼈고, 그러면서 나의 음악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관심이 심리학, 철학 이런 곳으로 옮겨가면서 뭔가 근본적인 것을 찾다 보니 더 융합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렉처 콘서트'라는 장르를 최초로 창안한 계기는 무엇인가.

▶콘텐츠는 그림이고 음악이고 내가 연주를 하는 사람인데 강연만 하면 너무 심심할 것 같아 연주까지 곁들인 것이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 독특한 장르가 됐다. 또한 주로 고정관념을 깨는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했는데 그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이후 여기저기서 요청이 들어오고, 그러다 보니 소속 에이전시도 생기고, 그러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됐다.

'영혼의 이중주'(스튜디오오드리 제공)

-예술은 어떻게 즐기는 것이 좋을까.

▶예술은 사람을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 친해지는 계기로 첫인상이 중요하지만, 그 사람과 소통을 통해 배경을 알고 나면 더욱 돈독해질 수 있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그림 한 점을 바라보는 것보다 그 그림에 담긴 스토리텔링을 이해하면 감상의 공감대가 더욱 깊어지게 된다. 내가 하는 일이 바로 그러한 스토리텔링을 들려주는 일이다.

-예술 감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어떤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얽매임과 신격화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바이블도 여러 가지 해석본이 존재하는데, 예술이 고정관념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래서 기존 형식을 타파하려고 많은 것을 시도했고, 그것이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영화배우로 활동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던 수술을 한 번 받았다. 그 수술을 무사히 받은 후 회복 기간 동안 미국 진출을 생각했다. 그러다 미국의 한 에이전시를 만났고 그곳에서 예술가들의 심리 지원 상담을 받았는데 마술 지팡이가 주어진다면 무엇이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도 모르게 '액트레스'(actress)라고 대답해 버렸다. 막상 대답하고 나니 창피했는데, 도전해 보라고 권유하는 게 아닌가. 그것이 출발이 됐다.

-데뷔는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참 곡절이 많다. 겁도 없이 프로필부터 보냈는데 오디션 요청이 왔다. 급하게 과외 지도를 받고 영상을 보내고, 물론 떨어졌다. 하지만 재능이 있다는 연기 지도 선생님의 말씀에 연기 학원을 꾸준히 다녔다. 그러다 운 좋게 미국 장편 영화에 주연으로 캐스팅이 됐는데, 이번엔 코로나19로 인해 제작이 무산됐다. 그러다가 결국 직접 단편 대본을 쓰고, 직접 출연도 하고, 그렇게 일이 진행됐다.

-이젠 국제적인 상을 받은 영화인 아닌가.

▶정말 우연의 연속이었다. 일이 있어 미국에 갔다가 할리우드 데뷔를 꿈꾸는 우크라이나 배우를 만났다. 러시아인 남자 친구와 전쟁을 피해 유럽으로 도망치는 중이라는 그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바로 시나리오를 썼다. 이어 급하게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7분짜리를 완성했다. 이것을 영화제에 출품했더니 여우주연상과 감독상을 줬다. 이후 다수의 작품에서 28개의 트로피를 안았다.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비결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께서 말씀하시기를, 노엘라의 영화는 영화적 문법이 없다고 하신다. '노엘라의 뮤직테라피'라는 토크쇼에서 하신 말씀이다. 그것이 너무 신선했다고 하시더라. 사실 영화가 뭔지 제대로 알았으면 감히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하지만 단편을 7편 찍고 나니 그다음 단계로의 도약이 또 큰 숙제로 남아 있다. 현재 미국 슬램댄스영화제의 창립자인 존 피츠제럴드와 장편영화를 준비 중이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