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전자책, '지는' 종이책…출판시장 판도 변화 가속 [신년특집-출판]

'소비 증가' 전자책, 보안과 저작권 문제가 향후 해결 과제
종이책, 소비자 및 독서 행동 변화에 대처해야

예스24 '크레마 모티프' (화이트·블랙)(예스24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요즘 출판 시장이 큰 판도 변화를 맞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종이책의 부진과 전자책(e-book)의 부상이다. 이 트렌드는 2024년에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각종 조사 결과, 최근 몇해 동안 종이책 이용자 수는 감소한 반면, 전자책 소비자는 늘고 있다. 이 같은 통계치는 전자책이 그동안 인쇄 출판의 보완적, 보조적 역할을 했던 것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전자책이 출판산업의 새로운 주류로 성장하고 있는 데는 다양한 요인이 있다. 가장 큰 요인은 출판 콘텐츠 소비자와 독서 패턴의 변화다. 특히 MZ 세대는 다양한 서비스도 받을 수 있는 전자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2023.8.2/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전자책 시장의 성장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시장 데이터 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세계 전자책 시장의 매출 규모 추이는 2021년 161.1억달러(약 20.9조원)를 기록한 이후 2026년 186.9억달러(약 24.2조원)까지 이르러 연평균 3.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자책 시장의 성장과 함께 시스템 취약성도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불법유통이다. 지난 5월에는 알라딘이 보유한 각 출판사의 전자책 약 72만권이 한 고등학생에 의해 해킹당했다. 이 중 5000여권의 파일은 텔레그램 오픈채팅방에 유출돼 직접 피해를 입은 출판사가 500곳에 이르렀다. 피해액은 산정조차 어려워 전 세계 출판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전자책 출판과 관련한 저작권 문제도 정립돼 있지 않다. 지난 6월 교육부는 롯데장학재단·예스24와 함께 아이들이 비용 걱정 없이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도록 'e-북드림'을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출판인회의는 "전자책 무료 구독 서비스가 무분별하게 확대될 경우 출판시장을 잠식하는 결과를 초래해 저작권자와 출판사가 막대한 피해를 볼 것이 자명하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전자책의 배타적 발행권자인 출판사가 전자책 유통업체에 통상적으로 위임한 서비스 제공 범위를 벗어난다"며 "독서 교육과 정보 복지라는 취지로 저작권자와 출판사의 권리를 외면한 시행 과정에서 출판사나 저작권자와 어떠한 논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전자책은 콘텐츠만 있다면 누구나 제작할 수 있고 제작 비용이 저렴하다. 소비자에게는 접근성이 쉽고, 공간 효율성을 제공하며, 가격 대비 효용성이 높다. 아울러 디지털 환경과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전자책 제작과 플랫폼은 더욱 비약적인 발전이 예상된다. 하지만 보안 취약성과 저작권 문제가 해결돼야 전자책이 출판 생태계에 온전히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평가다.

한편 종이책의 부진을 출판 전체의 위기로 받아들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한양대 에리카(ERICA) 창의융합교육원 겸임교수이자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인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출판은 현재 엄청난 위기와 엄청난 기회, 둘이 상존해 있다"며 "매체의 진화 속에서 종이책을 생산하는 제조업 개념의 출판사는 언젠가는 사라질 수도 있지만 이것이 곧 '출판' 자체의 종말은 아니다"고 밝혔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