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큰손에 웃는 K-보안…"이스라엘·미국 싫어" 반사 이익도

DX·지정학적 리스크에 보안 수요 증가…28년 32조 전망
"한국과 유사한 보안환경…현지 파트너십으로 서비스 판로"

두바이 인터넷시티 전경(지니언스 제공)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중동이 클라우드 도입 등 디지털 전환(DX)에 박차를 가하면서 국내 보안업계에도 새바람이 불고 있다. 자본력을 갖춘 고객사가 보안 투자를 아끼지 않는 데다 지정학적 이유로 미국, 이스라엘 측 설루션 대신 국산 기술을 향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중동 사이버 보안 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9.6% 성장해 총 약 32조 840억 원 규모로 클 전망이다.

기존 산유국 산업 모델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등 정보기술(IT) 분야에 투자하는 국가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올해 3월 53조 원 규모의 AI 펀드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안랩(053800) 등 업계에 따르면 급격한 DX 투자에 더해 지정학적 리스크로 중동은 전 세계 사이버 공격의 표적이 됐다. 데이터 유출, 랜섬웨어 등 공격에 직면하면서 보안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유가 없으면 기업은 보안 투자부터 줄이지만, 중동 고객사는 다르다"며 "한국 설루션이라도 기존 레퍼런스와 성능만 입증되면 선입견 없이 도입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업계는 판로 개척을 위해 현지 파트너십 체결 및 전시회 참가에 힘을 쏟는다. 제로트러스트, 클라우드 보안 등 최신 보안 개념부터 사내 구축형 물리서버(온프레미스) 방어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중이다.

안랩은 사우디 클라우드·보안 업체 '사이트'(SITE)와 합작법인 설립을 앞두고 있다. 공공 기관 등에 클라우드 기반 보안 분석 플랫폼, 네트워크 보안 등을 서비스할 계획이다.

지니언스(263860)는 자사 대표 설루션인 네트워크 접근 제어(NAC)로 온프레미스 보안 수요를 공략 중이다. 지니언스 관계자는 "지정학적 이유로 미국, 이스라엘 등 보안 강국의 설루션을 피하는 부분도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지니언스는 현재 50여 개 현지 고객 레퍼런스도 확보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정부 기관과 사우디 항만이 수요 기관으로 참여하는 38억 원 규모 국책 과제에도 참여한다. 최근엔 두바이 인터넷시티(DIC)에 사무소를 열고 영업 거점으로 삼았다.

파수(150900)는 문서 암호화(DRM) 설루션 '파수 엔터프라이즈 DRM'을 앞세워 제로트러스트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DRM으로 보호받는 문서는 조직 내부자라도 권한이 없으면 열람이 힘들다.

UAE 소재 보안 전문 부가가치 유통사(VAD) 사이버나이트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설루션을 판매 중이다. 이달 14~18일 두바이서 진행된 대규모 IT 전시회 '자이텍스(GITEX) 2024'에도 함께 참여했다.

정부도 발벗고 나섰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기존 동남아, 중남미에 더해 중동에도 전략 거점을 마련하고 현지 전시회 참가 등을 지원하고 있다.

legomast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