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이름 부르던 카카오 문화 사라지나…김범수 "모두 바꾼다"(종합)
스톡옵션‧위임 경영‧수평문화 "더 이상 성장공식 아냐"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회사 이름을 바꿀 수 있다는 각오의 쇄신을 보였다.
자율을 존중하던 경영 방식이 기업 기강이 무너진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하고 손질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위임경영에 따른 스톡옵션 보장, 서로가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기업 문화, 수평에 초점을 둔 임직원 관계를 모두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계획이다.
11일 카카오 아지트에서 오후 2시부터 3시30분까지 진행된 '브라이언톡'에는 현장에만 400여명의 카카오 크루(직원)가 참석했다. 20여개의 질문이 오갔고 김 센터장은 쇄신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브라이언톡'은 김 센터장이 지난 2021년 2월 이후 처음으로 가지는 임직원 간담회다. 이날 간담회는 본사 직원이라면 누구나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본사 직원들만 참여해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논란의 중심에 있는 공동체(계열사) 크루가 참석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카카오 측은 "주요 내용을 공통체에 공유했다"면서 "앞으로 작은 자리라도 꾸준히 마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 센터장은 △그룹 거버넌스 개편 △기업문화 재정의 △핵심사업 집중을 강조했다. 새로운 배를 건조하는 마음으로 과거 10년의 관성을 버리고 원점부터 새로 설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센터장은 "현재와 미래에 걸맞은 우리만의 문화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면서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영어 이름 사용, 정보 공유와 수평 문화 등까지 원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카카오는 자산 규모 재계 서열 15위로 올라섰다. 회사 규모가 커지고, 계열사마다 성장 속도가 다른 상황에서 과거의 일괄적인 자율 경영 방식은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센터장은 "규모가 커지고 위상이 올라가면 기대와 책임이 따르기 마련인데 그동안 우리는 사회의 기대와 눈높이를 맞춰오지 못했다"면서 "투자와 스톡옵션과 전적인 위임을 통해 계열사의 성장을 끌어냈던 방식에도 이별을 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확장 중심의 경영전략을 리셋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김 센터장은 "현재 시점의 시장 우위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화 가능할지의 관점으로 모든 사업을 검토하겠다"면서 "숫자적 확장보다 부족한 내실을 다지고 사회의 신뢰에 부합하는 방향성을 찾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내 거버넌스도 개편한다. 느슨한 자율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로 만들 계획이다.
인적 쇄신의 의지도 보였다. 현재 카카오는 김 센터장 인맥 중심의 경영으로 내부 카르텔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 센터장은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워가고자 한다"면서 "2024년부터는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고 쇄신 진행 상황과 내용을 크루들에게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고,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다"면서 "경영진들도 단단한 각오로 임해주길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회사의 쇄신을 강도 높게 요구해 온 노조 측은 12일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김 센터장이 대화에 직접 나선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성의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홍보부장은 "당장 어떤 행동을 할 계획은 없다"면서 "발표 내용을 정리해 빠른 시일 내 입장문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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