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드러난 카카오 내분…칼바람 '폭풍'
'김범수 복심' 김정호 경영지원총괄 연일 폭로전
내부 임직원 반박 등 '진흙탕' 싸움 비화 조짐
- 조재현 기자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카카오(035720)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본격적인 내부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공동체 전반의 의사 결정 구조와 경영 체계를 연이어 공개 질타하면서다.
김 총괄은 김 창업자가 카카오 쇄신을 위해 지난 9월 공을 들여 영입한 인물이자 외부 준법 감시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의 유일한 사내 인사다. 김 총괄이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김 창업자가 추진하는 인적·경영 쇄신의 명분도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김 총괄의 행보에 준신위는 물론 카카오가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것도 김 창업자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다만 김 총괄의 폭로전에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들이 반박하며 자칫 진흙탕 싸움으로 비화할 움직임도 보인다.
김 총괄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카카오에 처음 출근한 날 김 창업자로부터 골프회원권을 조사해 정리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썼다. 그는 "카카오가 망한다면 골프 때문일 것이라는 소문이 많았는데 파악해 보니 100여명의 대표이사들은 골프회원권이 없고 특정 부서만 투어프로 수준이었다"며 "한 달에 12번이면 4일짜리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대회 3주 연속 출전 수준"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회원권을 75% 매각하겠다고 보고하자, 김 창업자로부터 '비상경영회의 때 프레젠테이션 발표도 하고 정식 결재를 올려달라'는 답을 받았다"며 "이후 두 달간은 정말 전쟁 수준의 갈등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김 총괄은 28일에도 제주 본사의 유휴 부지 개발 논란, 데이터센터 안산 및 서울아레나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한 비위 의혹을 제기했다.
김 총괄은 제주 유휴 부지 개발 사업을 논의하고자 이달 22일 개최한 내부 조직장 회의에서 '지역 상생형 디지털 콘텐츠 제작센터'를 짓기 위해 내부 건축팀 직원을 투입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한 임원이 이미 정해진 (하청) 업체가 있다면서 제안을 거절했다.
김 총괄은 "700억~800억원이나 드는 공사 업체를 그냥 담당 임원이 결재·합의도 없이 정했다고 주장하는데 아무 말도 없는 다른 임원들을 보면서 분노가 폭발했다"면서 욕설을 내뱉게 된 배경도 상세히 풀었다.
김 총괄은 연봉·복지 격차, 일감 몰아주기 등을 공론화하며 이를 묵인한 임직원들을 '카르텔'로 규정, 전쟁을 선포한 상태다. 외부 감사를 통해서라도 비위 연루자들의 잘잘못을 따지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폭로전은 점차 내부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카카오 부동산 개발을 총괄하는 자산개발실 소속 임직원들은 내부 전산망에 공동 입장문을 올려 반박에 나섰다.
이들은 "안산 데이터센터 시공사 선정은 내부 절차에 따라 입찰과 공정한 심사를 통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논란의 원인으로 카카오 특유의 경영 문화를 지목한다.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며 초기 성과를 끌어내는 효과는 있지만, 결국 관리·통제 부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내부 시각은 엇갈린다.
김 총괄 폭로에 힘입어 업무 관행을 끊어내자는 목소리도 있다. 반면 시세 조종 의혹, 택시업계와의 갈등 등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김 총괄이 불필요한 리스크를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내부 절차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폭로하며 갈등을 키우는 방식 자체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카카오는 김 총괄의 회의 중 욕설 건과 관련해 기초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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