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초전도체의 비밀 풀어낼 실마리, 연세대 연구팀이 찾았다
김근수 연세대 교수, 국제 공동연구로 '암흑 전자' 규명
네이처 피직스 게재…"구리산화물 고온초전도 비밀 도전"
- 김승준 기자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고온초전도체의 원리를 알아낼 단서를 국내 연구진이 국제공동연구로 알아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근수 연세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고체 물질 속에서 '암흑 전자'의 존재를 규명했다고 29일 밝혔다.
암흑 전자가 규명되며 인류의 고체 구조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김 교수 연구팀은 고체 중에서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는 고온초전도체 원리 규명에 도전할 예정이다.
암흑 전자(암흑 상태 전자)는 전자들이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하지 않고 특정 에너지 수준에 머무르는 상태다.
일반적인 전자는 빛이나 에너지를 흡수해 상대적으로 고에너지 상태가 될 수 있다. 고에너지 상태의 전자는 상대적으로 불안정해 결국 주로 빛의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해 안정적인 저에너지(바닥) 상태가 된다.
암흑 전자는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하지 않으면서 저에너지 상태가 아닌 고에너지 상태에 머물 수 있다. 암흑 전자는 다양한 자연 현상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물질의 비밀을 밝힐 수단으로도 여겨진다.
문제는 외부 빛이나 에너지에 잘 반응하지 않아 관측이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암흑 상태의 전자는 원자나 분자에 존재했다. 연구자들은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고체 물질 속의 전자는 암흑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김근수 교수 연구팀은 같은 종류의 원자가 한 쌍으로 대칭을 이룰 때 발생하는 양자 간섭을 연구했다. 그 과정에서 원자를 두 쌍으로 확장하면 어떤 조건에서도 관측이 불가능한 암흑 상태의 전자가 존재할 것으로 추측했다.
연구팀은 4년 동안 꾸준히 연구하면서 전자의 암흑 상태를 설명하는 모델을 고안했다.
고체 물질의 원자들은 미세한 단위 구조가 반복되는 형태로 배열된다. 같은 종류의 원자 네 개가 특정한 대칭을 이룰 경우 전자 파동 간 상쇄간섭으로 암흑 상태의 전자가 형성되는 원리다.
이어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고온초전도체 구리 산화물에서 관측할 수 없었던 전자가 암흑 상태에 해당함을 밝혀내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는 고체 물질 속에서도 전자들이 암흑 상태로 존재할 수 있음을 규명한 세계 최초의 결과이다.
김근수 연세대 교수는 "고체 속 암흑 전자의 존재 규명은 설명할 수 없었던 양자현상을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현대 물리학의 오랜 난제인 구리산화물 고온초전도의 비밀을 푸는 데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글로벌 리더연구)의 지원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게재됐다.
한편 고온 초전도체는 영하 243도 이상에서도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을 말한다. 영하 243도는 통상 극저온으로 여겨지지만 더 낮은 온도에 초전도체가 되는 물질보다 더 저렴한 방법으로 초전도 현상을 응용할 수 있어 고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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