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여행도 식도락…우주농업으로 삼시세끼 '거뜬'[미래on]
NASA, '공간집약' 수경재배 활용해 우주정거장서 상추·고추 수확
용수 순환 시스템·품종 개량 필수적…"우주 모사한 환경서 연구 필요"
- 윤주영 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우주인 한 명이 하루 섭취하는 보존식 무게 약 1.7kg. 미국 우주항공국(NASA)은 2030년대를 목표로 유인 화성탐사를 준비 중인데 편도 여행에만 7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 실어야 할 식량이 수십톤인데다 지구로부터의 보급은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주요국은 우주농업을 연구 중이다. 우주에서 '삼시세끼'를 자급자족해 임무 지속성을 높인다는 발상이다.
23일 과학계에 따르면 NASA, 유럽우주국(ESA) 등이 주로 연구하는 우주농업은 수경재배 기반 수직농장이다.
수경재배는 재배 판을 겹겹이 쌓는 등 공간 집약적이어서 실내 우주농업에 적합하다. 우주 야외는 방사선, 희박한 대기 등 작물을 키우기 어려운 환경이다.
또 물을 적신 천, 다공성 점토 등을 활용하면 무중력에서도 수분·비료를 비교적 원활히 공급할 수 있다.
NASA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베지(veggie)라는 수경재배 시스템을 구축해 작물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베지에서는 2015년 적상추를 시작으로 백일홍, 고추 등이 재배됐다.
지난해 ESA는 달에서의 수경재배를 연구하는 'ESA 디스커버리 프로젝트' 내용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달 분진 '레골리스'에서 미네랄을 추출해 배양액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우주농업이 더 고도화하려면 농업용수 확보, 작물 개량 등이 이뤄져야 한다.
윤남규 농촌진흥청 스마트농업팀 연구관은 "작물 생산에 필요한 요소들로 물, 빛, 이산화탄소, 압력 등이 있는데 우주 환경에서는 이런 것들이 부족하다"며 "식물 광합성으로 배출되는 수분을 포집하거나 우주인 소변을 재활용하는 물 순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내 수경재배는 LED 조명을 광원으로 사용하는데 투입 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낮은 조도의 빛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을 개발한다면 재배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미약한 중력, 저기압, 방사선 등 악조건이 식물 생장에 끼칠 연구도 이뤄져야 한다. 이런 조건은 식물의 발육, 유전자 등에 영향을 끼쳐 식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우리나라도 2022년 '제4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 발표를 통해 2050년까지 화성 유인 탐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가올 장기 임무에 대비하려면 우주를 모사한 환경에서 관련 연구개발(R&D)을 진행해야 한다.
김형석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장은 "기압이 조절되는 부하 체임버, 방사선 장치 등이 의학 연구용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이를 응용한다면 우주 환경을 모사한 환경에서 (우주농업)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윤남규 연구관은 "내년에 농촌진흥청은 우주 환경을 모사한 시설에서 관련 기초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라며 "우주항공청,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타 부처와 협업해 기술을 고도화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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