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하이브 참전한 SM 경영권 분쟁…K팝 왕좌 '쩐의 전쟁'

카카오, 지분 9%대 확보 발표하자…최대주주 오른 '하이브'
공개매수 나선 하이브…카카오 추가 지분 확보가 '관건'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배출한 가요 기획사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를 전격 인수한다. 하이브는 이수만 SM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 14.8%를 4228억 원에 인수한다고 10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SM의 최대 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아울러 하이브는 SM 소액 주주가 보유한 지분 공개매수에도 나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하이브 사옥 모습. 2023.2.1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카카오가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에 나선데 이어 BTS 소속사인 하이브가 에스엠엔터 최대주주에 올라서면서 경영권 경쟁이 격화됐다.

하이브가 에스엠 엔터 지분을 최대 25%까지 공개매수한다고 발표하면서 K팝 시장 재편을 향한 '쩐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막을 오를 전망이다.

◇에스엠 인수 노리던 카카오, 2대주주 올라서

카카오는 지난 7일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지분 9.05%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카카오는 장기간 에스엠과의 협력을 논의한 결과 제3자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지분을 확보한다고 밝혔다. 지분인수 규모 총액은 2171억5200만원이다.

에스엠의 발행 가능 주식수는 4000만주인데, 이 중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가능한 주식수는 1200만주다. 현재까지 발행한 주식수가 1077만주에 달하면서, 현 정관에서 허용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주식수는 123만주에 불과했다. 정관상 발행 가능 주식수의 30%까지만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카카오는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인수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카카오는 이수만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18.45%)을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 과정에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투자자에게 지분매각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그러나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이성수 대표이사 측과 '공동전선'을 구축하면서 상황이 급변한 것으로 보인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이수만 총괄과의 표 대결에서 승리한 데 이어 '이수만 총괄'의 독주를 견제해왔다. 이후 현 에스엠 대표인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는 얼라인파트너스의 제안에 합의하고 'SM 3.0'을 발표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카카오가 에스엠 이사회에 진입하고, 현 경영진과 얼라인파트너스가 주도하는 지배구조 개선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됐다. 얼라인과 현 경영진이 확보한 지분율이 약 20% 안팎으로 추정됨에 따라, 18.45%의 지분율을 가진 이수만 총괄 측과의 표대결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수만 프로듀서가 20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SMTOWN LIVE 2022 : SMCU EXPRESS @HUMAN CITY_SUWON’(에스엠타운 라이브 2022 : 에스엠씨유 익스프레스 @휴먼 시티 수원)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2022.8.20/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반기'든 이수만…BTS 만든 하이브의 참전

그러나 카카오가 2대주주 지위를 확보한다고 밝히자마자 이수만 총괄 측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이 총괄은 지난 7일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동대표이사들이 주도하는 SM의 이사회가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명백히 상법과 정관에 위반되는 위법한 행위"라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BTS 소속사인 하이브가 이수만 총괄의 '백기사'로 나섰다.

하이브는 10일 공시를 통해 에스엠 보통주 352만3420주(14.8%)를 주당 12만원에 취득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총 4228억원 규모다.

취득예정일자는 오는 3월6일이며 이수만 총괄과 그 특수관계인이 보유하는 발행회사 계열회사인 드림메이커엔터테인먼트(DREAM MAKER Entertainment Limited)의 지분 및 에스엠브랜드마케팅의 지분을 매수할 예정이다.

하이브는 이번 지분매수에서 '풋옵션' 계약도 맺었다. 기업결합승인을 받은 시점 또는 거래종결일로부터 1년이 되는 시점 중 빨리 도래하는 시점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최대주주였던 이수만 총괄이 발행회사, 즉 에스엠의 잔여 주식에 대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카카오 판교오피스 전경 (카카오 제공) ⓒ 뉴스1

◇카카오 VS 하이브 경쟁 구도 되나

유상증자 및 전환사채권 전 에스엠 상장주식수는 2380만7301주다. 그러나 카카오가 유상증자 등에 참여하면서 내달 6일 이후 에스엠 상장주식수는 2617만7301주로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에스엠 지분 구조 역시 크게 바뀔 예정이다. 공개매수전 기준 하이브 지분 규모는 13.4%(희석 후), 카카오 9.05%, 국민연금 8.96% 등 순이 된다. 희석 후 이 총괄의 지분 규모는 3.3% 수준으로 줄어든다.

카카오에 이어 하이브까지 에스엠엔터 지분 인수전에 참여함에 따라 이들 간 경쟁구도가 구축될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하이브는 이날부터 내달 1일까지 20일동안 에스엠 보통주 2380만7301주 가운데 최대 595만1826주(발행주식총수의 25%)를 주당 12만원에 현금으로 취득하겠다고 공시했다. 이를 통해 소액주주 표를 끌어들인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이브의 에스엠 지분 매입 시점이 2월이기 때문에 내달 열릴 예정인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은 없다. 그러나 현 상황으로선 이수만 총괄의 위임장을 받아 하이브가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는 현재 상황에서 추가 지분 매입에 대해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카카오의 추가 지분 매입 가능성도 제기한다. 카카오는 지난달 사우디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1조1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 중 타법인 취득 자금으로 5800억원을 배정했다. 투자금 중 9000억원은 오는 20일 납입될 예정이다.

카카오는 에스엠 지분을 추가 메입한 후 카카오엔터의 단독 상장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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