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지의차이나路] "생존이 최우선"…화웨이의 '전기차 도전기'

합작 전기차 브랜드 아이토 선전…8월 월간 인도량 첫 1만대 돌파
창업주 "자동차 안만들겠다" 밝혔지만…위기의식 속 돌파구 마련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미국의 제재와 주력 사업부문인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으로 실적이 급감한 화웨이가 '생존'을 최우선 과제로 거론하며 분위기 전환에 골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화웨이는 '자동차를 만들지 않겠다'는 런정페이 창업주의 발언을 무색하게 하며 전기자동차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화웨이의 전기차는 BYD(비야디), 니오(웨이라이), X펑(샤오펑), 리오토(리샹) 등 '중국판 테슬라'를 자처하는 자국 내 전기차 브랜드와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화웨이가 지난 6일(현지시간) 신제품 발표회에서 아이토 M5 EV 모델을 발표하고 있다.

◇ 화웨이 스마트폰 야심작과 같이 공개된 비밀병기?

애플의 아이폰14의 글로벌 공개를 하루 앞둔 지난 6일. 화웨이는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올 하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50, 메이트50프로 등을 공개했다.

이날 발표회에서 관심을 끈 것은 중형급 전기 SUV인 화웨이 아이토 M5 EV 모델이었다. 이 제품은 화웨이 아이토의 세번째 전기차이자 그동안 출시한 M7과 M5의 EREV(Extended Range EV)가 아닌 순수 전기차(BEV)다.

아이토는 화웨이와 충칭 소콘(사이리스) 자동차 산하 전기차 브랜드인 세레스가 합작해 만든 전기차 브랜드다. 아이토는 화웨이의 독자 모바일 OS인 '하모니(훙멍)'을 적용한 첫번째 SUV 전기차다. 지난해 12월 M5 모델을 선보였다.

화웨이는 그동안 자체 기술력을 통해 개발한 하이카 솔루션 등을 중국 내 다수의 자동차 브랜드에 탑재한 적이 있는데, 아이토는 화웨이가 생산에 참여한 첫번째 전기차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화웨이는 아이토 연구 개발, 제조, 판매, AS 등 부문에 모두 깊게 관여하고 있다.

위청둥 화웨이 소비자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토 M5 EV에 탑재된 화웨이의 다이내믹토크시스템(DATS)에 초점을 맞춰 개발하면서 승차감을 높이고 흔들림을 줄일 수 있다"며 "현재까지 이 기술을 완벽하게 구현한 기업은 전세계에서 테슬라와 화웨이 두 곳"이라고 자평했다.

1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그란비아 전시장에서 참관객들이 중국 화웨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2.3.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기세 오른 화웨이 전기차…다크호스 되나

지난 8월 아이토 시리즈의 월간 인도량은 1만45대로 집계됐다. 아이토의 월간 인도량이 1만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에너지 자동차 브랜드 판매량 상위 10위에 안착했다.

이는 '중국판 테슬라'라고 자처하는 전기차 3인방 '웨이샤오리(니오, X펑, 리토오)'의 8월 인도량과 대등하거나 많은 수준이다. 니오의 8월 인도량은 전월과 비슷한 수준인 1만677대를 기록했고, X펑은 전월 대비 17% 감소한 9578대를 인도했다. 리오토는 전월의 절반 수준인 4517대를 인도하는 데 그쳤다.

반면 아이토의 8월 자동차 인도량은 전월(7월, 7228대) 대비 약 30% 증가했다.

전통적인 비수기와 '웨이샤오리'가 출시 예정인 신제품이 인도되지 않은 점도 아이토의 긍정적인 성과에 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서는 화웨이가 9월 출시를 발표한 M5 EV가 본격적으로 인도되기 시작하면 판매량은 증가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위청둥 CEO는 "아이토 시리즈는 출시 이후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면서 약 170일간 3만대가 넘는 차량을 인도했다"며 "반도체 부족, 코로나, 고온, 전력 제한 등을 극복하고 월간 인도량 1만대를 돌파하며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스마트 전기차 브랜드 중 하나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지난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 '차 안만들겠다'는 화웨이의 생존방식

화웨이는 미중 갈등 속 미국의 제재로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한 때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2위에 올라섰던 화웨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8.6% 감소한 6368억위안을 기록했다. 화웨이의 매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02년 이후 19년만에 처음이었다. 올 상반기 화웨이 매출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약 6% 줄어든 3016억위안으로 집계됐다.

화웨이의 위기 의식은 창업자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런정페이 창업자는 지난달 회사 내부 통신망에 "글로벌 경제가 쇠퇴하고 소비능력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화웨이는 경영 방침과 생각을 규모 중시에서 이윤과 현금 흐름 창출 추구로 전환하고 향후 3년간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살아남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강령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의식이 고조된 화웨이가 전기차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일종의 돌파구로 해석된다. 런정페이 창업주는 지난 2019년 화웨이 스마트 자동차 담당 조직을 신설하면서 '화웨이는 자동차를 만들지 않고, 자동차 회사가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것을 도와 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ICT사업부문에서 화웨이가 가진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이듬해인 2020년에도 '화웨이는 자동차를 만들지 않을 것이며 누구라도 자동차 제조를 언급해 회사 경영을 방해한다면 전출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런정페이의 발언과 달리 전기차를 비롯한 모빌리티 시장에서 화웨이의 영향력은 커져가는 모습이다. 실제 아이토 시리즈의 경우 겉으로는 화웨이와 세레스가 '같이' 만들지만 대부분은 화웨이의 브랜드 경쟁력이 초반 판매량 호조를 이끌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아이토에는 화웨이의 자체 OS인 하모니가 탑재돼있어 자국 내 강력한 수요를 기반으로 '하모니 생태계'를 스마트 기기에서 전기차로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중국 경기 둔화, 중국 내 전기차 경쟁 심화 등은 여전히 화웨이가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평가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