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해제'에 한숨돌린 中企 "도움은 커녕 발목 좀 잡지 말라"

"IMF 때보다 어려워…계엄 여파로 '투자 위축' 우려 크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5.2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밤새 불안에 떨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데 정부가 기업인들의 기업활동을 도와주지 못할망정 경제활동에 발목을 잡는 일이 일어나서야 되겠냐."

전날 밤 벌어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중소기업계가 혼돈에 휩싸였다. 새벽께 계엄 해제 선언으로 한숨을 돌렸지만 놀란 가슴은 진정될 기미가 없는 분위기다.

밤새 뜬눈으로 지새운 중소기업들은 이번 사태로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 위축과 경기 침체 등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로 특히나 위기에 취약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가 클 것이라고도 했다.

4일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미중 간 패권 경젱 속에서 글로벌 통상 환경이 급변하면서 수출 증가율이 1%대로 떨어지고 대내적으로도 생산 가능 인구 감소 등으로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라며 "이 가운데 기업들은 빚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IMF 때보다도 어렵다는 호소가 나오는 이런 때일수록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의 경제활동을 도와야 함에도 오히려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라며 "향후 정치권이 티격태격하면서 나라 경제와 경제인의 발목을 잡는 일이 우려된다"라고 강조했다.

경기 소재 중소기업 대표는 "밤새 불안에 떨었다"라며 "환율도 높아진다고 하지 증시도 요동친다고 하지 뉴스를 보며 이것저것 살피느라 잠을 거의 못 잤다"고 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투자(위축)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국내 기업들이 국제 시장에서 벨류업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서 안타깝다"라며 "앞으로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190명 중 찬성 190명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 처리했다. 이에 따라 계엄령 선포는 무효가 됐다고 국회의장실은 설명했다. 2024.12.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한 중소기업계 인사는 "투자 같은 경우 기업도 중요하지만 국가에 대한 신뢰 문제가 큰 요소로 작용한다. 불안한 국가에 누가 투자하고 싶겠냐"라며 "비상계엄이 내려졌다는 것은 국가가 (제대로) 굴러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의미인데 당연히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인사는 "경제학에서 가장 위험한 요소로 보는 것이 '불확실성'이다. 우리나라 역시 글로벌 경제 안에서 영향을 받기 대문에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 심리와 내수경기는 위축되기 마련"이라며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계엄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니 (중기업계는) 물리적 타격에 더해 심리적 타격까지 받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경제가 안 돌아가게 되면 가장 타격을 입는 것이 작은 회사들"이라며 "대기업이야 위기 대응력이 뛰어나고 정보망도 갖춰져 있기 마련인데 중소기업은 작은 위기에도 바로바로 영향을 받는다. 내수가 침체되면 소상공인도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적 대립이 길어지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관련 정책 시행이 늦어질 것이라는 불안감도 터져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분간은 정치권 싸움이 이어질 것 같은데 이로 인해 민생 입법 처리가 늦어진다거나 중기, 소상공인 지원정책 마련이나 시행이 지연되서는 안 된다"라며 "내수 침체가 된 상황에서 (중기소상공인의) 불안한 마음을 증폭시켜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중기부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인 4일 오전 1시 세종청사에서 긴급간부회의를 진행하고 대응을 논의했다.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