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은커녕 유지도 벅차" 가구업계 깊어지는 시름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건설사 체감경기 '70.9'
비용 줄이고 수주 노력 지속…"옥석가리게 될 수도"
- 장시온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건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가구 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부동산 거래량이 정체되는 등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자 업계는 각종 비용을 줄이거나 B2B(기업 간 거래) 수주 노력을 강화하는 등 생존 전략을 세우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가구 업계 업황 침체는 건설 경기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한 가구 제조기업 임원은 "지금 가구 업계는 성장은커녕 유지만 해도 칭찬받아야 한다"며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아 살아남는 게 과제인 상황"이라고 했다
2023년 이후 아파트 착공 물량이 급감한 데다 완공까지 2~3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3년간 신규 입주 물량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3년간 연평균 신규 입주 물량은 20만세대 정도로 지난 10년 평균에 비하면 46%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관련 지표도 좋지 않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70.9로 전월보다 4.7%P 하락했다. 건설사를 대상으로 체감 경기를 설문 조사한 결과로 100을 밑돌면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9월 경제동향에서도 건설업 생산은 전년동기 대비 12.1% 감소했다. 건설수주와 주택착공 등 선행지표는 점차 완화되고 있으나 건설투자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주요 기업들도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매한가지다. 다만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허리띠를 바짝 조이고 '생존'모드로 돌입했다.
가구업계 전통의 강자 한샘(009240)은 연 매출이 2년 연속 감소하고 있고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2021년 매출이 2조 2312억 원을 기록한 뒤 작년 1조 9669억 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고 올해 시장예상평균치(컨센서스)도 전년대비 2%가량 낮은 상황이다.
이에 한샘은 '다이어트' 중이다. 상품군을 정리하고 판매관리비 등 비용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B2C(소비자 간 거래) 부문에서 비효율적인 제품군을 정리하고 생활용품을 축소하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에서는 효율이 높은 온라인 채널에 초점을 두고 모객에 나서고 있다. 핵심적인 유통경로 위주로 공급망을 최적화해 원가율을 높이고, 판촉 및 전시 운영 효율화 비용을 줄여 판매관리비도 낮추고 있다.
내실화 노력은 결실을 보고 있다. 3분기 영업이익이 73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8.1%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930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현대리바트(079430)는 B2B 가구 부문에서 수주 노력을 지속해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3분기 B2B 가구 부문은 1540억 원의 매출을 올려 현대리바트 전체 매출의 33%가량을 차지했다. 주택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이뤄낸 성과다.
실제 3분기 B2B 빌트인 사업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21.2% 오르면서 B2B 부문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0.7% 증가했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B2B 가구 부문에서 내년에도 수주 노력을 이어갈 것이고 빌트인 가구 원가율도 지속적으로 개선해 이익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건설 경기 침체가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가운데 업계에선 일종의 '옥석 가리기' 기간이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가구 업계 관계자는 "주택시장이 안 좋으면 B2B 부문에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이런 불황기에는 그동안 착실하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리스크를 분산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zionwk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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