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 플랫폼의 통 큰 '한 걸음'과 진흙탕 배달 플랫폼[기자의눈]

이중가격제에 최혜 대우까지…공방 이어지는 배달 플랫폼
수수료 일부 인하한 숙박앱과 대조…상생협의체 성과 낼까

서울 종로구에서 배달 대행업체 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하는 모습. /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최근 배달 플랫폼 업계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중가격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이번엔 입점업체들에 대한 '최혜 대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최혜 대우는 플랫폼사가 입점업체에 자사가 거래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 등 거래 조건을 다른 유통 경로를 이용할 때와 비교해 동등하거나 유리한 수준으로 강제하는 조항이다.

양대 배달 플랫폼으로 꼽히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입점업체가 수수료 등 비용 부담으로 배달용 메뉴 가격을 더 비싸게 받는 이중가격 논란에 이어 최혜 대우 논란에 대해서도 사실상 서로를 저격하며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어떤 플랫폼이 먼저였든 결국 진흙탕 싸움에 혼란을 겪고 있는 건 해당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이다. 배달앱의 큰 파트너인 프랜차이즈 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행위로 플랫폼을 신고하기도 했다.

소비자들도 이어지는 '남 탓' 공방 속에 어떤 플랫폼이 투명하고 합리적인 건지 혼란을 겪긴 마찬가지다.

그런데 똑같이 수수료를 받고 입점업체들에게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숙박 플랫폼 업계는 다소 다른 행보다.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최근 입점업체들과 '자율규제'에 성공하며 합의안을 도출한 바 있다.

두 플랫폼은 인터넷기업협회, 숙박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으로 구성된 플랫폼 자율기구를 통해 매출 하위 40% 입점 업소에 중개수수료를 1%p(포인트) 낮춰주기로 결정했다.

수수료 인하 혜택이 일부 업장에만 적용돼 아쉽다는 의견과 매출 하위 40% 업체들의 점유율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소상공인들과 플랫폼 모두 더 나은 거래 관행을 위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특히 숙박 플랫폼들이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와중에서도 수수료 일부 인하라는 대승적인 결정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숙박 플랫폼 자율규제 방안 발표회'가 진행되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배달 플랫폼도 지난 7월부터 자율규제안을 도출하기 위한 상생협의체를 가동하고 있지만 지난 3개월 간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제5차 협의체 회의까지 진행했지만 오히려 업계의 갈등은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플랫폼'은 입점업체와 소비자가 모두 편리하게 서비스와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신산업이다. 혁신성을 기반으로 한 신산업에 무분별한 규제를 가하면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고 시장 경제를 더 혼란스럽게 할 수 있는 만큼 정부도 당사자 간 자율규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헛바퀴만 돌고 있는 실정이다.

중요한 건 플랫폼은 입점 소상공인이, 입점 소상공인은 플랫폼 없이는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는 점이다.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없어서는 안 되는 호혜적인 관계가 됐다. 그런 점에서 '상생'이라는 단어가 어느 업계보다 절실한 곳이 바로 플랫폼 업계다.

정부는 상생협의체를 통해 배달 플랫폼 업계의 상생 방안을 10월 안에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협의체 안팎에선 공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그 기한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젠 없어선 안 될 서비스가 된 배달업계도 상생을 위한 한 걸음을 뗄 수 있을지 지켜볼 때다.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