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다 잘라도 버틸 수 있을까요"…잠 못드는 자영업자들

최저임금 이어 8월부터 가스·배달중개료 인상…설상가상
작년 폐업 신고 100만명 육박…"폐업도 돈 있어야 할 수 있어"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서 중고 주방용품 업자가 매입해 온 주방용품을 정리하고 있다.ⓒ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최저임금 1만원(2025년) 넘는 것도 걱정인데 다음 달부턴 도시가스 요금도 오른다네요. 그런데 다 힘드니까 장사는 더 안 되잖아요. 이래서 입에 풀칠이나 하겠나 싶어요."

"더(장사를)해봤자 빚만 늘 거 같은데, 접고 싶습니다. 접고 싶어도 권리금이나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결정이 쉽지 않네요."

자영업자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마다 푸념 섞인 하소연이 줄 잇고 있다. 8월부터 도시가스 요금이 6.8% 오르고,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의 배달 수수료 인상까지 앞둔 상황에서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돌파했다는 소식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유류비 상승으로 원재료 수급비용도 꾸준히 늘고 있으며 임대료는 떨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소식이 연일 이어지면서 부담감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결국 폐업하기로 했다는 목소리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번지는 모습이다. 이중엔 "폐업도 돈이 있어야 하는 것" "폐업 축하드립니다" 등의 자조 섞인 목소리도 상당수다.

18일 15일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6487명으로 전년(86만7292명) 대비 13.7% 증가했다. 증가 폭은 11만 9195명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 폭이다.

100만명에 가까운 이들이 버티지 못하고 생계를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사업부진'이었다. 약 절반인 48만 2183명이 사업부진을 폐업 이유로 꼽았다.

문제는 올해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는 올해 1분기 약 2년 만에 마이너스(-9000명)로 돌아선 뒤 2분기 10만1000명 줄며 감소 폭이 커졌다. 특히 올해 2분기 고용원 없는 영세 자영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만4100명 줄었다. 이는 2015년 4분기(-11만8200명) 이후 8년 반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결국 빚으로 연명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69%로 전월 대비 0.08%포인트, 전년 동기 대비 0.2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14년 11월(0.72%)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빚으로 연명해 온 자영업자들이 더 이상 빚을 갚지도 못하는 상황까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수많은 자영업자가 '벼랑 끝'으로 내몰렸지만 앞으로 상황은 더 암담하기만 하다. 영업을 지속하기 위해 드는 비용이 꾸준히 늘어날 일만 남아서다.

당장 8월부터는 가스공사가 주택용 가스요금을 MJ당 20.89원에서 22.30원으로 1.41원 올린다. 이와 함께 영업용 가스요금도 1.3원 인상한다. 가스요금에 이어 전기요금 인상도 논의가 한창이다.

아울러 배달의민족이 '배민1플러스' 중개 수수료를 3%포인트 올려 적용할 예정이며, 내년 1월부터는 최저임금을 1만원(1만30원) 이상 지급해야 한다.

자영업자들은 고객의 부담이 커질수록 영업환경이 악화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생존'을 위해 서비스 또는 제품 가격 인상을 결정하고 있다. 당장은 수익성이 회복된 것 같지만 서비스 질 상승이 동반되지 않은 가격 인상으로 결국 빠르게 수익이 더 줄어 폐업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황학동 소재의 한 주방업체 대표는 "더 이상 쌓아둘 데가 없어서 물건을 못 받을 때도 있다"라며 "사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끔 영업이 아닌 가정에서 쓰기 위해 물건을 구경하러 오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니 우리도 가격을 잘 쳐주기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j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