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빙부터 자르려고요"…최저임금 1만원, 직원 대신 테이블오더로

최저임금 인상 취지와 달리 고용 축소 우려 커져
테이블오더 업계 활황…"최저임금 인상 후 문의 증가"

서울 종로 먹자골목 모습.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주변 사장님들 보면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보다 테이블오더 쓰는 게 금액적으로도 훨씬 이득이라고 하더라고요. 점점 힘들어져서 (서빙직원을 줄이고 대신) 테이블오더를 써야 하나 고민이에요." (주점 사장 A 씨)

"주휴수당도 부담스럽고 정말 바쁜 시간에만 아르바이트를 쓰려니 잘 구해지지도 않아요. 경기도 안 좋고 인건비는 비싸고…. 테이블오더가 답인가 싶어요." (음식점 사장 B 씨)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영업자들이 인건비 부담에 채용보다는 테이블오더와 같은 시스템 서비스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근로자들의 실질임금 상승을 위한 최저임금 결정이 오히려 인력을 줄이는 역설적인 상황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식당에 구인광고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직원 해고까지 고려…영세 소상공인 "인건비 한계"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에 특히 큰 영향을 받는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은 가중되는 인건비 부담에 직원 채용을 꺼리거나 직원 수 자체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위원가 2025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1만 30원으로 의결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섰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자영업자 대상 최저임금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8%는 '현재도 고용 여력이 없다'고 답했다. 최저임금이 1~3% 오르면 고용을 포기하거나 기존 직원 해고를 고려할 것이란 응답도 9.8%에 달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생계를 위해 잠시 동안이라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려는 취약 근로자들과 취약 소상공인들이 공존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 모 씨(여)는 "지금도 인건비가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자영업자들 모두 영업 자체를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더라도 직원 관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기 때문에 차라리 테이블오더나 로봇을 알아보는 업주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티오더의 테이블 오더 시스템 이미지.(티오더 제공) /뉴스1 ⓒ News1

◇"차라리 기계를"…테이블오더의 슬픈 호황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역설적으로 테이블오더 시장은 호황을 맞았다.

업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는 티오더다. 지난달 티오더를 통한 월 결제액은 4500억 원을 넘어섰다. 월 평균 티오더 태블릿 판매량은 1만 대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누적 판매량은 20만 대를 넘겼다. 지난달에는 누적 주문 건수 3억 건을 달성하기도 했다.

티오더 측은 테이블오더를 도입하면 인건비를 180만 원가량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도 월급 기준 최저임금은 209만 6270원인데 비해 15개의 테이블이 있는 식당으로 가정 시 티오더 소요 비용은 27만 원 정도다. 티오더는 하드웨어(기기)를 포함해 1대당 월 1만 8000원의 비용을 받고 있다.

주문 누락 실수 등이 줄어 매출 손실이 4.8% 감소하고 태블릿 노출로 추가 주문이 늘면서 평균 매출도 증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정부도 인건비 부담을 느끼는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스마트·디지털 기술 및 기기를 지원하고 있다. 이는 지난 3일 정부가 발표한 소상공인 종합대책에도 담긴 내용으로 키오스크, 서빙로봇 등 기술을 보급하는 것이 골자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소상공인 종합대책 집행 현장 긴급 점검 자리에서 "키오스크나 서빙로봇 등 테크 지원을 받아 인건비 자체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대책에) 들어갔다"며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인건비 부담을 고차원적으로 푸는 방식"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약 1년간 테이블오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음식점 사장 김현주 씨(여)는 "현재 한 달 사용료, 전기료 부담만 조금 있는 상황"이라며 "직원 한 사람 정도를 줄이는 효과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테이블오더 수요는 티오더의 실적으로도 드러난다. 티오더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587억 원으로 전년(330억 원) 대비 77% 증가했다.

테이블오더 업계에서는 티오더가 60%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하이오더, 메뉴잇, 페이히어 등 업체를 비롯해 중소업체들도 다수 생겨나며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결정 이후 설치 문의가 늘고 홈페이지 방문자 수 등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새로운 테이블오더 업체들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