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오르는게 없네"…최저임금 1만원·배달료에 자영업자 '곡소리'

내년도 최저임금 사상 첫 '1만 원' 돌파…1.7%↑
배달앱 중개 수수료 10%대 돌입…"배달 접으려고요"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철거 관련 스티커가 벽에 붙어있다.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김형준 기자 = 내년 최저임금이 사상 처음으로 1만 원을 넘어서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비용 부담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당장 다음 달부터 배달앱 이용 시 내야 하는 '중개 수수료'도 인상될 예정이어서 외식업주들의 곡소리가 터져 나온다.

12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이날 새벽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1만 3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9860원)보다 170원(1.7%) 인상된 금액이다.

2025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나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37년 만에 1만 원을 넘겼다. 월 209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월급은 209만 6270원에 달하게 됐다.

서울 시내 식당에 구인 안내문이 붙어있다. ⓒ News1 황기선 기자

◇"최저임금 1.5% 인상이요? 현실에선 불가능합니다"

자영업자들은 낮은 인상 폭에 한숨을 돌리면서도 실제 현장에서 적용될 인상률은 더 높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중구에서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 박 모 씨는 "결국에는 만 원을 넘었구나. 이미 오래 같이 일한 친구들은 (시급을) 1만 원 수준으로 받고 있어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같이 올려줘야 한다"며 "(일하는) 사람을 더 줄일 수는 없는 상황이라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에서 분식집을 하는 마 모 씨는 역시 "(최저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은 수준인 것은 다행이라고는 하나 이미 높지 않았냐"며 "원래도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만 원이 훌쩍 넘었다"고 짚었다.

마 씨는 이어 "게다가 지금도 최저임금만 주고는 사람을 못 구한다. 1만 1000~1만 3000원은 줘야 사람을 구할 수 있었는데, 이제 더 오르게 생겼다"면서 "재료비며 인건비며 안 오르는 게 없는데 남는 게 있을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마포구에서 국밥집을 하는 한 모 씨는 "단순히 퍼센트(인상률)만 볼 게 아니다. 지금 우리는 알바만 6명을 쓰는데 연차나 업무가 조금씩 다르니 월급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서 조금씩 다 조정을 해줘야 한다는 소리"라며 "지금도 (알바를) 최소한으로 쓰기 위해 마감이나 오픈은 내가 하고 있다. 더 이상 (인건비를) 줄이는 건 어렵다"고 했다.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 무산으로 인한 갑갑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릉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심상백 대표는 "업종별로 수익이 똑같이 발생할 수 없는 조건인데도 불구하고 인건비는 똑같아야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인건비 부담으로) 직원을 원하는 때 쓰기 어렵다면 예전처럼 활발한 운영을 할 수 없다. 결국 불편함은 국민들이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플랫폼 점유율 1위 배달의민족이 외식업주가 부담하는 중개 수수료를 음식값의 6.8%에서 9.8%로 3%포인트(p)인상한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오는 8월부터 주문 중개에서 배달까지 수행하는 '배민1플러스'의 중개이용료율을 인상한다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배달 기사들이 음식을 가져가고 있는 모습. 2024.7.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배달 수수료 평균 10% 시대 목전…"배달앱 접어야죠"

배달앱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다음 달부터 배달앱 수수료 평균가 10%대에 이르게 되자 영세 외식업주들은 이에 맞춰 음식 가격을 높이거나 공공배달앱 사용을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급기야 배달앱을 쓰지 않겠다는 이들도 있다.

배민은 다음 달 9일부터 배민1플러스 중개 수수료를 주문 금액의 9.8%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현행 배민1플러스 중개이용료율은 6.8%로 3%p 오른다. 현재 요기요 수수료는 12.5%, 쿠팡이츠 9.8%다.

분식집 사장은 수연 씨는 "그간 큰돈 벌 생각 없이 먹고사는 것에 감사하고 살았는데 배달앱 때문에 가게를 접어야 할 노릇"이라며 "쉬지 않고 일하면서도 높은 수수료 때문에 남는 것이 없다. 한 그릇을 팔아서 내가 버는 돈보다 배달앱에 수수료로 내는 돈이 더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간 버텨왔지만 이제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가 됐다. 당장 공공배달앱부터 깔고 홍보 전단지를 만들었다. 고객들에게 이쪽을 이용해 달라고 홍보해볼 예정"이라고 했다.

대구에서 식당을 하는 김 모 씨는 "이제는 배달을 그만할 때가 된 것 같다. 임계점에 왔다"며 "배달로 (번 돈을) 다 까먹는 것보다는 홀(매장 방문) 손님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배달앱은 땡겨요만 쓰려고 한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조사에서 자영업자 4명 중 3명은 올해 경영 환경이 지난해보다 악화할 것이라 전망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 등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4 소상공인 경영 전망 실태조사' 결과 올해 경영 전망이 '다소 악화할 것'이라고 응답한 이들이 37.5%였다. 매우 악화할 것이라고 답한 이들(37.3%)을 포함하면 부정적인 응답률은 74.8%에 이른다.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