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만 스타트업 있는 거 아닙니다"…모태펀드, 지방으로 확대
모태펀드 '지방' 계정 부활…800억원 규모 조성
"올해·내년 투자 늘어날 것…기업 성장도 고민해야"
-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최근 몇 년간 얼어붙었던 벤처투자 시장이 올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역 스타트업에도 투자 온기가 돌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4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2281개 사다.
이 중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소재한 스타트업은 1572개 사로 전체의 66.8%에 이른다. 스타트업 10곳 중 6~7곳은 수도권에 위치해 투자를 받고 있는 셈이다.
비수도권 지역 중에서는 대전·세종·충청 지역 스타트업 220곳(12.6%)이 투자를 받아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 뒤를 △부산·울산·경상 154곳(6.9%) △광주·전라 61곳(2.0%) △강원 25곳(0.7%) △제주 16곳(0.4%)이 이었다. 해외에 위치한 K-스타트업은 173개 사가 투자를 유치해 8.8%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기술과 인재가 모이는 수도권에 스타트업이 집중돼 있다 보니 투자금도 수도권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자금 회수가 목표인 투자사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이유인 셈이다.
하지만 벤처투자마저 수도권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지역에서 혁신을 이끌어 갈 비수도권 스타트업은 성장 기회마저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와 같은 수도권·비수도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벤처·스타트업 정책을 담당하는 중소벤처기업부는 모태펀드를 활용한 지역 스타트업 육성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지난 달 발표한 2024년 1차 정시 출자사업(중기부 소관) 선정 결과에 따르면 중기부는 2020년 이후 4년 만에 '지방' 계정을 다시 만들고 모태펀드를 운영한다. 이번 지방 계정에는 역대 최대인 450억 원을 출자해 최소 796억6800만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지역 창업초기(8개) 361억6800만 원 △라이콘(5개) 250억 원 △지역AC세컨더리(2개) 185억 원 규모로 결성한다. 특히 지역 창업초기 분야는 중점 투자 지역을 전국 9개로 분산해 투자 사각지대를 보완할 전망이다.
이 밖에도 2021년부터 모태펀드·지역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등이 출자하고 있는 '지역혁신 벤처펀드'를 올해 △부산 △경북·전남(연합) △경남 지역에 신규 조성했다.
모태펀드와 지역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이 출자하는 모펀드는 2100억 원 규모이며 이를 통한 자펀드 결성 목표액은 약 3000억 원이다. 그동안 비수도권 투자를 꾸준히 해왔으나 올해부터 그 규모를 키운 모습이다.
결성한 펀드를 투자 기간 내 집행해야 하는 상황도 지역 스타트업이 기대할 만한 부분이다. 국내 벤처 투자사들은 평균 7~8년의 운용 기간 중 투자 기간을 약 4년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지난해 시장이 얼어붙으며 1년간 투자 집행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투자를 집행하지 않은 자금이 역대 최대 수준이다"며 "올해와 내년의 벤처투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수도권 벤처투자 업계도 올해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부산·울산·경상 지역에서 초기 기업을 육성하고 투자하는 박준상 시리즈벤처스 대표는 "지역의 경우 최근 주목받는 제조업 특화 스타트업이 많아 향후 지역 생태계가 점점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지역 스타트업에도 투자가 활발히 일어날 조건은 갖춰진 상태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들이 생존해 성장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기업이 성장하고 펀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투자 선순환을 갖추려면 이를 뒷받침할 육성책도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에서 지역활성화분과를 맡고 있는 소재문 케이액셀러레이터 대표는 "지역 스타트업을 키우려는 펀드가 늘어나 지역 창업 생태계에는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라면서도 "펀드의 성공 측면에서 바라보면 기업이 살아남아 이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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