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0명도 안되는 소공인인데…'중처법 전담조직' 둬야 할까요?

[Q&A]중처법 확대 시행에 영세 소공인들 불안감 커져
중기부, '클린제조환경 조성사업'으로 중처법 대비 돕는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봉제 소공인 업장. ⓒ news1 김형준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봉제 소공인 공장장 장모 씨(65)는 최근 한숨이 늘었다. 인근에서 의류 공장을 운영하는 지인에게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 사실을 듣게 된 뒤로 뜨거운 스팀과 예리한 기계로 가득한 공장이 전보다 수 배는 공포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연식이 오래된 장비를 최신 설비로 바꾸고 싶지만 결국은 돈이 발목을 잡는다. 가뜩이나 일감이 없어 울고 싶은 그는 숨통을 죄는 중처법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다.

지난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되면서 10인 미만 영세 소공인들이 대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법이 확대시행된 지 두달이 됐지만 여전히 현장은 혼돈스럽기만 합니다.

중처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을 규정하는 법인데요. 올해 확대 시행되면서 직원을 5명 이상 채용한 동네 빵집, 식당, 카페 사장님들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죠.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면 업주가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 가운데 작은 규모로 제조업을 영위하는 개인이나 기업, 상시 근로자를 기준으로 10인 미만인 소공인들은 법 시행 두달이 되도록 다수가 확대 시행 사실조차 모르고 있거나 어떻게 대비할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가 소공인들의 중처법 대응을 돕기 위해 나섰는데요. 중처법 확대 시행을 알리기 위해 책자를 배포하고 환경 개선을 돕기 위해서는 '클린제조환경 조성사업'을 적극 안내하고 있어요.

소공인들이 중처법에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지금부터 궁금한 점들을 질문과 답 형식으로 알려드릴게요.

-중처법은 왜 확대 적용됐나요?

▶중처법은 2021년 1월 26일에 제정돼 2022년 1월 27일에 5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부칙 규정을 통해 2년의 유예기간을 뒀어요. 올해 1월 27일 이 유예기간이 끝난 것이죠. 지난해 9월 7일, 50인 미만 기업에 2년의 추가 적용 유예를 주도록 하는 중처법 개정안이 발의·논의됐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되면서 확대 적용이 이뤄졌어요.

-그렇다면 중처법이 무엇이고 어떤 사고가 발생하면 적용되는 건가요?

▶중처법의 핵심은 경영책임자가 중심이 돼 기업 스스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토록 하는 것입니다. 즉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그 책임을 묻는 법이죠.

여기서 중대산업재해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산업재해 중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재해 2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말합니다.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무조건 사업주가 처벌받게 되나요?

▶아닙니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안전 및 보건을 확보하기 위한 제반 의무를 이행했다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처벌받지 않습니다.

또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위반과 종사자의 사망 사이에 고의 및 예견 가능성, 인과관계 여부 등을 수사해 고의 및 예견 가능성, 인과관계 등이 명확한 경우만 처벌을 받습니다.

-고의·예견 가능성이나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는 어떤 경우를 말하나요?

▶가령 지하 주차장 바닥 물청소 작업 중 고정된 시설물에 걸려 넘어져 사업주가 재해자 사망의 결과를 예견할 수 없었던 사망사고 등이 되겠습니다. 또는 직원이 숙취 상태로 개인 용무를 위해 지정하지 않은 장소에 들어가 익사하는 경우도 고의·예견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러면 한 회사에 상시 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인 사업장이 여러 곳인 경우에는 법이 적용되지 않는 건가요?

▶중처법의 적용 단위는 개별 사업장 단위가 아니라 하나의 기업 전체입니다. 따라서 중처법 적용 대상 여부는 사업장별 인원이 아니라 하나의 기업에 속한 모든 사업장과 본사의 상시 근로자를 모두 합한 수를 기준으로 판단해요.

가령 하나의 회사에 본사 포함 4개의 직영매장이 있고, 각 직영매장에 상시 근로자가 4명씩인 경우 총원이 16명이기 때문에 중처법 적용을 받죠.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봉제 소공인 공장에서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 뉴스1 김형준 기자

-그럼 상시 근로자 수는 어떻게 산정하나요? 동거 친족이나 아르바이트생도 포함되나요?

▶사업장의 상시 근로자는 직원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지로 판단하면 됩니다. 파견직을 제외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근로자를 말합니다. 소공인 사업장도 상시 근로자 수 산정 방법은 동일해요.

따라서 아르바이트생도 상시 근로자에 포함돼요. 동거 친족이 일하는 경우 친족 외 근로자가 1명이라도 있으면 동거 친족 근로자도 포함해 계산해야 합니다.

-소공인도 전담 조직과 안전 전문인력을 별도로 둬야 할까요?

▶중처법상 전담 조직은 안전관리자 등을 3명 이상 선임한 500인 이상 사업장, 시공 순위 상위 200위 이내 건설사업자 등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어요. 즉 상시 근로자 수가 5~50인 미만인 소공인은 중처법에 따른 전담 조직 설치 및 안전보건담당자 선임 의무가 없죠.

-위험 요인을 얼마나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개선해야 하나요?

▶법에서는 사업주가 사업장의 유해 위험요인을 파악 개선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반기 1회 이상 점검 후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요. 다만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는 '위험성평가'를 실시한 경우에는 점검을 실시한 것으로 판단해요.

-중처법과 관련해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안내 전화가 계속 오는데 이수해야 하는 안전보건교육이 있는 건가요?

▶중처법에서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경영책임자에게 20시간 이내 안전보건교육 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 그 외 별도의 교육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사업주는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근로자 교육을 하면 됩니다. 중처법으로 인한 추가되는 안전보건교육은 없어요. 교육 컨설팅 등이 필요한 기업은 안전보건공단,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지원을 요청하시면 돼요.

-법 적용 준비 여력이 턱없이 부족한데 도움받을 방법이나 정부지원이 있나요?

▶50인 미만 기업은 '산업안전 대진단'에 참여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진단·개선하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할 수 있어요. 안전보건공단 누리집 내 산업안전 대진단 팝업창을 확인해주세요.

이외에도 누구나 쉽게 온·오프라인으로 총 10개의 안전보건관리체계 핵심 항목에 대한 우리 사업장의 상황을 진단할 수 있는 가이드가 있답니다. 전국 30개 권역의 '산업안전 대진단 상담 지원센터'를 통해 산업안전 대진단 및 정부지원을 상담 신청하거나 기업에서 요청하는 경우 현장 출동이 직접 기업에 방문하여 상담·지원을 받을 수 있어요.

-중기부에서는 소공인들의 중처법 대응을 돕기 위해 어떤 지원을 하나요.

▶중기부는 '클린제조환경 조성사업'으로 중처법 저촉 우려가 있는 기업이나 사업장의 시설 작업환경 개선을 돕겠다고 나섰습니다. 이 사업은 상시근로자 10인 미만 제조업 소공인 작업장을 대상으로 안전환경조성과 에너지 효율개선 등으로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지원 사업장 규모는 총 2000곳이며, 예산은 총 84억 원으로 기업당 400만~700만 원을 지원해요. 작업 장 내 안전환경조성과 에너지효율개선 등을 돕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소상공인마당 누리집에서 확인해 주세요.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