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VC에 부는 주주가치 제고 바람…자사주 소각하고 배당하고
미래에셋벤처투자·DSC인베, 업계서 드문 자사주 소각 결정
실적 따라 온도 차 큰 주주환원…"현금 여력 있는 VC 위주"
-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코스피·코스닥에 상장한 벤처캐피탈(VC)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주주가치 제고에 인색했다고 평가받는 VC들이 주주환원에 나서면서 관련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벤처투자(100790)는 98억 원 규모의 자사주 140만 2716주 전량을 이달 27일 소각할 예정이다. 이는 전체 발행 주식 중 2.6%에 해당하는 규모다.
2016년 코스닥에 상장한 DSC인베스트먼트(241520) 역시 상장 이후 처음으로 12억 원 규모의 자사주 31만 5278주를 소각하고 주주배당을 실시한다. 시가배당률(2023년 12월31일 기준)은 1.3%로 주당 40원 수준이다.
이들이 주주환원에 나선 배경에는 성공적인 투자 실적에 있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투자했던 △사피엔반도체(4524300) △코셈(360350) △에이피알(278470)이 상장하면서 매각 차익을 거뒀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운용자산(AUM) 1조원을 넘겼고 520억 원을 회수했다.
벤처캐피탈 업계에선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이 '흔한 일'은 아니다. 수익은 대부분 펀드 결성 등에 사용되기 때문에 보유 현금을 소진해야 하는 주주환원보다는 '투자수익'에 집중한다.
특히 벤처캐피탈 업계는 실적 변동성이 매우 큰 것이 특징이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처럼 안정적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한 뒤 미래 가치에 따라 수익을 분배받기 때문이다.
투자했던 기업의 평가 가치가 하락할 경우 지분법 이익이 감소하고 성과보수도 하락해 매출과 영업이익에 타격을 받기 쉽다.
또 최초 결성한 벤처펀드의 회수 기간은 일반적으로 7~8년에 달해 VC 자체 자금도 펀드에 장기간 묶이는 경우가 많다. 기존에 투자한 스타트업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세컨더리펀드가 있긴 하지만 아직 국내에선 활성화가 더디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현금 보유가 필요한 상장 VC들은 지금까지 소극적인 배당 정책을 유지해 왔다. 업계가 자사주 소각과 더불어 배당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주목을 받는 배경이다.
주주배당을 실시하는 상장 VC는 또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026890)는 △2022년 150원(시가배당률 1.1%) △2023년 200원(시가배당률 3.64%) △2024년 주당 250원(시가배당률 3.53%) 배당을 결정하며 주당 배당금을 늘리고 있다.
2022년 상장한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상장 당해연도와 지난해에 주당 200원을 현금 배당하고 올해는 주당 300원(시가배당률 5.06%)으로 배당금을 높였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익이 각각 40.6%, 30.3% 감소했음에도 배당을 결정했다.
스톤브릿지벤처스 관계자는 "상장할 때부터 적극적으로 배당을 추진하기로 약속해 이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주당 배당금을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결정하고 상황에 따라 배당금을 늘려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VC 업계가 모두 주주 환원 정책을 추진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20개 상장 VC 중에서 올해 주주 배당 계획을 밝힌 곳은 이날 기준 10곳으로 절반 수준이다.
VC 업계는 벤처·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살아나고 있으나 각 사가 투자한 포트폴리오가 실적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주환원 정책은 사정이 모두 다르다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과 바이오에 투자를 집중했던 곳은 여전히 힘들고 딥테크, 반도체, AI 산업에 투자한 곳이 드디어 빛을 보고 있다"며 "같은 산업 내에서도 분위기는 천차만별이라 주주가치 제고 방향도 다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호응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상장사로서 주가를 높이려는 수단으로 해석하는 게 적절하다"며 "현금 여력이 있는 VC 위주로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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