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면 오른다" 페인트까지 이차전지 올라탔다…실적은 글쎄
노루·삼화. 이차전지용 접착제·전해액 각각 개발, 특허도 취득
페인트 한계 극복 위해 신사업 추진…'아픈손가락' 가능성도
- 김민석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페인트업계가 성장 정체와 매크로(대외 변수)에 의존하는 도료사업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차전지 소재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다만 페인트업계가 개발하는 소재들이 실제 이차전지 산업에 얼마나 적용될지, 수익성이 있을지에 대해 시장은 아직 관망하는 단계다. 업계 주가 역시 이차전지라는 '핫 키워드'를 만나 모처럼 들썩이고 있으나 지속적인 상승 탄력은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노루페인트(090350)는 이차전지 셀·모듈·팩에 적용할 수 있는 △바인더(접착제) △몰딩제(마감제) △난연우레탄폼 등 13종을 연내 출시한다.
13종 중 3종은 이미 양산해 시장에 출시했고, 나머지는 10종은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을 앞두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와 수전해 제조에 사용되는 접착제 3종(출시 1종·개발완료 2종)도 선보인다.
노루페인트는 다음달 6일부터 8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인터배터리 2024'에 참가해 이차전지·수소연료전지 관련 소재 16종을 공식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노루페인트 기술연구소는 2020년부터 대주전자재료(078600)와 손잡고 이차전지 음극재에 쓰이는 바인더 개발을 추진했다.
양사는 2021년 5월 '도료수지(resin·주성분) 관련 기술 활용 실리콘 음극재 바인더 관련 특허'를 공동으로 등록했다. 노루페인트는 2019년 2월 '활물질 도전재 연결 이차전지용 음극 바인더 특허'를 출원하는 등 총 3건의 관련 특허를 갖고 있다.
노루페인트와 마찬가지로 이차전지 소재 분야를 주목한 삼화페인트공업(000390)은 이달 15일 '리튬이차전지용 전해액 첨가제 제조 특허’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리튬이온전지에 사용되는 전해액 첨가제는 불순물인 염소이온이 들어있으면 부반응을 일으켜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린다. 삼화페인트는 염소이온 농도를 줄이고 전기화학적 특성을 높이기 위해 다이알칸설포닐 아이소소바이드 화합물 기반 첨가제 제조법을 개발했다.
삼화페인트는 2018년 삼화대림화학 인수를 통해 관련 특허를 다수 확보했다. 2021년엔 전기차·스마트폰 배터리 소재 관련 '플루오로설포닐기를 함유하는 카보네이트 화합물' 특허도 취득했다.
조광페인트(004910)는 전기·전자소재 사업 부문을 분사해 2021년 9월 설립한 CK이엠솔루션을 통해 이차전지용 갭필러 및 접착제를 개발·생산하고 있다.
도료의 접착력을 기반으로 배터리팩(전기차·스마트폰·드론 등) 제조과정에서 생기는 틈새를 채우면서도 열은 빠르게 내보내 식혀주는 제품이다.
강남제비스코(000860)도 이차전지 파우치용 폴리에스터 접착제를 개발·생산하고 있다.
업체들은 주력 사업인 페인트도 접착제 역할에 방열·내열 등 기능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발전해왔기에 이차전지 소재 중 관련성이 높은 바인더(이차전지 구성물 중 접착제 역할)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차전지' 한마디에 주가 들썩…실적 효과는 두고봐야
페인트업계가 이차전지 관련 사업 공시를 하면서 해당 회사의 주가는 크게 들썩였다.
노루페인트는 이달 8일 접착제 개발 소식에 전일대비 29.94% 오른 1만1370원을 기록, 상한가를 쳤다. 노루홀딩스도 같은날 22.28% 오르며 동반 강세를 보였다. 삼화페인트는 이차전지 소재 관련 특허 공시를 낸 지난 15일 주가가 12.05% 올랐다.
다만 상승세가 지속적이지는 않다. 시장도 '이차전지'라는 이유만으로 묻지마 투자를 하던 흐름에서 벗어나 '사업의 실현가능성'을 냉정하게 따지는 분위기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실제 노루페인트의 경우 13일 장중 1만273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찍은 이후 우하향해 23일엔 1만600원으로 되돌림 했다.
삼화페인트도 15일 776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23일 종가 기준으로는 6900원까지 밀리며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조광페인트는 뚜렷한 상승세 없이 횡보하고 있다.
유일하게 강남제비스코는 2월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중이다.
이 회사는 1월23일까지만 해도 1만8590원에 거래됐으나 2월부터 상승세를 보이더니 23일 종가기준 2만3000원을 기록, 전월대비 23.72%나 껑충 뛰어올랐다.
특히 페인트업계가 도료사업만으로는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이차전지 시장에 뛰어들었음에도 실적에 얼마나 기여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배터리 관련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른 데다 기존의 화학분야 강소기업들도 바인더 등을 납품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광페인트의 CK이엠솔루션은 이차전지 갭필러·접착제를 개발·생산하고 있지만, 투입하는 연구·개발 비용 대비 이익은 거두질 못해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
조광페인트 실적이 경쟁사 대비 부진한 것도 CK이엠솔루션 실적이 연결실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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